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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어떤 우울한 날에

 

산이 자신의 그림자로 
짐승들을 울리고 
강은 깊은 흐느낌으로 조개들의 전설을 만든다. 
낡은 서점의 잊혀진 책 속에서
자신의 신화를 캐내는
뼈아픈 민족의 그림자와
손잡고 걸을 수 있는 내
핏줄의 단군 할아버지
산 짐승들이 소리내어 
태백산 어귀에로 모이고
가슴에 따스함을 지니고 태어난 우리 
엔젠가 흙으로 돌아가 살을 섞을 우리 
풀벌레 소리 함께 들으며
그 소리의 전설을 같이 그리는
함께 피흘린 민족


산 낮은 곳, 무덤으로 모여
상아 하나 가지지 못한 이빨들을 
햇살 아래 내어 보이며
얼마나 눈물겹게 살았나
얼마나 처참하게 살았나
같은 산에서 해 뜨고 지는 우리 모두 
몽둥이를 휘두르며 돌을 던지며 싸워도 
어느 날 처연히 나의 옆자리에 와 눕는
너는 내 형제


산 위에서 보며 살자
욕심으로 멀어진 거리 
좀더 높은 데서 멀리 보며
밝게 웃을 수 있는 전설을 남겨주자
아득한 우리의 후손
그들만은 싸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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