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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나무의 몸



  
* 고현수 *


나무를 자르고 나서 나무의 몸 안을 본다.

나무의 몸속은 티끌도 없이 눈부시다.

뿌리의 하얀 뼈를 세우고

세월의 궁근 집을 새겨온 나무의 몸.

잘려진 나무의 몸속에

싸 한 향기 가득하다.

몸 밖의 비바람을 키우며

몸 안의 그리움을 따라 돌고

돌아온 나무의 세월.

나무는 알았을까

아득히 멀어 끝도 없이 이어진

세상속 길.

잘려진 나무의 둥근 길따라

몸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줌의 눈물마저 침묵으로

다져 놓은 하얀 빛

나무의 몸안에는

천년의 세월 견디며 켜 놓은

둥그런 등불하나.

< 2002 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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