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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내가 사랑하는 계절

제      목  


* 나 태 주 *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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