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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인간으로 태어나서...


  
   - 저, 거기가 김 00 씨 댁이죠?
   - 네, 제가 김 00 입니다 .
   헌데 왜 그런데요?
   - 저요, 저 준석입니다.
   형님 , 참으로 죄송합니다.
   전화 한번 못 드리고 이런 일로 갑자기 전화 드리게 되어..
   명자 누나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 그런데......??
  
  
  
   하동양반의 둘째 아들 준석의 전화였다.
   하두 오랫만이라, 목소리를 모르겠다.
   준석인,
   아들하나 나은게 신통치 않아 새로 얻은 부인에게서
   낳은 똑똑하다고 소문난 아들
  
  
  
   하동양반은,
   전처에게서 딸 셋, 아들 하나 낳았으나,
   그 첫째아들이 , 거의 바보 수준이라서 혀만 끌끌 찼었다.
   글고 부인의 갑작스런 별세.
   아마도 고혈압였나 보다.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두번째 얻은 부인에게선,
   딸 2, 아들 둘....
   그 첫째가 준석이었다.
   첫째 부인에게서 낳은 애들보담은, 얼굴도 잘 생기고
   제법 또랑 또랑해서 대단한 기대를 했던거 같다..
   두 번째 부인은 ,
   그 애들 자랑으로 동네가 떠날듯이 요란을 떨었으니...
  
  
  
   한동안은,
   하동양반은, 잘 살았었지..
   전처의 애가 4 명, 다음에 애들이 5명의 다복한 가정으로...
   헌데, 그 갈등이 점차 눈에 보였다.
   - 계모가 악종이란다.
   전처의 애들을 얼마나 구박하고, 눈에 띄게 차별대우를 한단다..
   그런 소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많은 식구가 한 집에 사니,
   어찌 잡음이 없겠는가?
   전처 소생과 후처 소생간의 갈등이 그때 부터 있었지..
  
  
  
   허허..
   너털 웃음으로 한 가정을 잘 이끈 하동양반..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한 순간은....
  
  
  
   - 고래등 같은 넓은 기와 집.
   - 많은 문전옥답.
   - 다복한 가정과 자식들...
   누가 봐도 부러울께 없어 보였지.
   인정 많고 또 그런 가정을 잘 이끈 하동양반의 인덕이기도
   하지만 , 두 번째 부인도 원칙에 의한 똑 부러진 살림 솜씨와
   후덕한 인심을 보여준 탓도 있으리라.......
  
  
  
   호사다마라고,,,,
   아직은 더 살아야 할 연륜에 갑작스런 하동양반의 죽음.
   그리고,
   또 다시 그 두 번째 부인의 죽음.
   전처 자식들과 후처 자식들 간의 재산싸움..
   볼썽 사납게 벌어졌었지..
  
  
  
   결국은,
   하동양반의 동생인 유름 양반이 중간에 끼어 원만히 그 재산 분배를
   했던가 보다.
   허나,
   그런 재산 분배 과정에서 갈라진 형제간의 마음
   형제애는 사그리 사라지고 소 닭 보듯 살았던가 보다.
   구심점 잃은 그런 가정...
   남처럼 그렇게들 살았단다..
  
  
  
   하동 양반은,
   퍽도 인정이 따스하고 좋은 분였는데......
   부만 물려 줬지, 인간의 도리는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런가?
   가끔 시골에 가면 고래등 같은 하동 양반의 집은 쓸쓸히
   퇴락하고 있었는데, 몇년 전 부터 준석의 동생이 그 집을
   대대적인 수리를 하여 지금은 남이 살고 있다.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하동 양반이 그 집에서 나올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
  
  
  
   형제간의 갈등과 소원함.
   그건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원인였다.
   전처 소생과 후처 소생간의 재산 싸움..
   서로 뜯고 무는 그런 추잡스런 싸움..
   어찌 형제라 할수 있을지..
   이복 형제도 형제일텐데...
   지하에 계신 하동양반이 그런 것을 봤을때 대성통곡 하겠지..
  
  
  
   준석인 후처 소생의 똑똑하단 아들이고,
   명자는, 전처 소생의 첫째 딸..
   이젠 60여세일텐데...........
  
  
   광주에 사는 준석인 어쩌다 연락을 받았는데 소생들한데
   연락할 방법이 없단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나에게 전화 한것..
   - 그래?
   그럼, 향누나는, 나도 전화번호 모르고 두째 누나 옥은 전화 번호 아니까 여기로 한번 연락해 봐라...
   - 죄송해요, 이런거 참 부끄러운 애긴데....
  
  
   한참후엔 화곡동 사는 옥의 전화.
   - 전데요?
   옥이....
   - 그래, 준석에게 전화번호 알려 줬는데...?
   - 그게 아니고, 저도 그 언니 집을 몰라요.
   준석인 언니가 돌아가셨단 애기만 하고 끊어 버리고...
   향 언니 전화 모르세요?
   - 나 몰라..
   세상에, 어떻게 살길래, 친 언니의 전화도 모르고 사는거야?
   기가 막히군 기가...
   나도 몰라...
   - 죄송해요..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친 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단다.
   집도 , 영안실도....
   전화는 물론, 한번도 찾아 가지 않았단 애기겠지...
   어쩌면,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을까?
  
  
   그 재산 분배 과정에서 친 형제들도 그렇게들 나 몰라라 하고
   서로간에 으르렁 거림서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지하에 계신 그의 부모..
   하동양반은, 땅을 치며 울분을 삭일거 같다.
   자신이 남긴 자식들의 불화, 평온하게 살지 못한걸 보면...
   자식에게 몰려주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참 다운 인간성을....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 주는 것인데......
  
  
   타산지석으로 삼으리라.
   난, 과연 피를 나눈 형제 들에게 어떻게 배풀고 있는지?
   과연 난,
   그 사람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건지.......
   너무 일찍 가버린 명자 누나,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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