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한 편의 詩가
* 홍 윤 숙 *한 편의 시의마지막 행을 마치고 나면그대로 원고지 위에 쓰러져 버린다아득히 먼 길을 헤매 다니던언어의 오솔길그 작은 불빛들이순간 간데없이 사라지고다시는 글 한 줄 쓸 것 같지 않은백치가 되고기다린 듯 거대한 사막이 내 안에 들어와 눕는다평화라는 이름의 얼굴이 바로어둠과 사막인 것을 눈감고 깨닫는다낯선 타관의 밤을 밝히던그 작은 불빛들이결코 잠들 수 없는 채무자였지만나는 불 꺼진 지상의 어둠이 두려워스스로 평화의 살을 찢는 자해에 골몰하고밤새워 별을 캐는허무한 놀이에 넋을 잃었다사는 일 날마다 비탈 아니면 수렁이지만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은마지막 마침표를 어떻게 찍을까한 편의 시가 어떻게 내게로다시 올까 기다리는 일이다기다리며 허공에 등불을 달아혼 속의 길 환히 비춰 보는 일이다그 길 아득한 안개 속에 있고내가 사는 이유 아직 모르지만한 편의 시가 내게로 오는그 황홀한 시간을 기다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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