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찻집에서
* 김 종 묵 * 방금 배달된 코피잔에서따뜻이 뎁혀진 겨울을 보며나는 외투깃으로 스치는 비발디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약속한 시간을똑뚝 부러뜨리는 성냥개비마다,잠시 그리움이 찌직찌직 타오르다하얀 재로 꺼진다.차는 식어가고음악은 누군가의 목청에서 피를 적시며끝없이 끝없이 흐르는데,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는삶의 悲哀를 달래며석고처럼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때로는 기다림에 지쳐쓸쓸한 표정으로 돌아가거나,아니면 詩人이나 作家처럼하루의 허무를 만지작거리다가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산다는 것이더러는 이러한 아픔과의 부딪힘 속에서무쇠처럼 단련되고또 단단한 뼈대를 갖춘다는 것을,스스로 조용히 받아들이면서나는 또 언제까지나 기다려야만 하는지.落葉같은 창문에서누군가가 붉게붉게 흐느끼고하얗게 삭아 있는 코피잔 위로약속의 껍질을 소리없이 만지작거리면서또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얼마를 기다리며살아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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