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차라리 한 그루 푸른 대로
* 신 석정 님의 시 *성근 대숲이 하늘보다 맑아대잎마다 젖어드는 햇볕이 분수처럼 사뭇 푸르고아라사의 숲에서 인도에서조선의 하늘에서 알라스카에서찬란하게도 슬픈 노래를 배워낸 바람이 대숲에 돌아들어돌아드는 바람에 슬픈 바람에 나는 젖어 온 몸이 젖어......란아태양의 푸른 분수가 숨막히게 쏟아지는하늘 아래로만 하늘 아래로만흰 나리꽃이 핀 숱하게 핀 굽어진 길이 놓여 있다너도 어서 그 길로 돌아오라 흰나비처럼 곱게 돌아오라엽맥이 드러나게 찬란한 이 대숲을 향하고......하늘 아래 새로 비롯할 슬픈 이야기가 대숲에 있고또 먼 세월이 가져올 즐거운 이야기가 대숲에 있고꿀벌처럼 이 이야기들을 물어나르고 또 물어내는바람이 있고 태양의 분수가 있는 대숲대숲이 좋지 않으냐란아푸른 대가 무성한 이 언덕에 앉아서너는 노래를 불러도 좋고 새같이 지줄대도 좋다지치도록 말이 없는 이 오랜 날을 지니고벙어리처럼 목놓아 울 수도 없는 너의 아버지 나는차라리 한 그루 푸른 대(竹)로내 심장을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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