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7 일째
행복한 당신이 잃어버린것들
∮아내가 떠난 빈자리∮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곁을 떠난 지 4년.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크기만 합니다.자기손으로 밥한끼도 끓여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남편을두고 떠난 아내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다만,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제대로 못 해주는 것이 늘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언젠가 출장으로 인해 아이에게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부랴부랴 새벽부터 집을 나섰던 적이 있었습니다.전날 지어먹은 밥이 밥솥에 조금은 남아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아직 잠이 덜깬 아이에게 대충 설명해 놓고 출장지로 내려갔습니다.하지만 일이 손에 잡힐리가 있겠습니까??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를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 본 것 같았습니다.저녁9시쯤, 출장에서 돌아온 나를 아이는 반갑게 맞이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는 아이의 저녁식사 걱정은 뒤로 한채 방으로 들어와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버렸습니다.그때.'푹!' 하는 소리를 내며 뻘건 국물과 손가락 만한 크기로 불은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울컥 화가 치민 나는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옷걸이를 집어들고 아이의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깨렸습니다.'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라면가지고 왜 장난을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치냔말야!'다른때 같으면 때리기까지는 안 했을텐데, 피곤했던 탓인지 때리는 손이 멈춰지지않았습니다.'아빠, 잘못했어요. 아빠가 배고플까봐‥‥.'아들녀석의 울음섞인 그 말이 나와서야 나의 손이 멈췄습니다.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고,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다시 저녁먹을때가 되어서 배가 고팠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빠가 오지 않아서 마친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하지만'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선 안된다' 는 아빠 말이 생각나서 화장실에가서 뜨거운 물을 받아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다른하나는 출장다녀온 아빠에게 주려고 침대 이불 속에 넣어두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라면이 식을까봐서요.스스로가 부끄러워진 나는 그 모습을 감추려고 왜 진작 그런얘길 안했냐고 물었더니, 제 딴에는 출장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더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한참을 그러다가 나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다음 약을 발라 주고 잠을 재웠습니다.그리고 라면으로 엉망이 된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 방을 열어보니 잠자리 속에서도 흐느끼지 뭡니까?아파서 그런것이었는지, 아니면 엄마가 보고 싶었는지….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 난자리는 너무 크기만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나는 그저 오랫동안 문에 머리를 박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떠난 아내가 그립습니다... - 인터넷 일기에서 -
Encrypt
Complete decrypt
Encrypt
Failed decrypt
Write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