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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일째
아침 햇빛 (퍼온시)
* 김 지향 * 비늘을 털고 살아나는 말들이 문 빗장을 풀고 들어와 앉는다 창 밖의 허리 굽은 느티나무 팔뚝에 목이 트인 서릿까마귀 빨간 목청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간밤에 싸움을 걸던 검은 오뇌의 줄기, 쇠방울로 등솔기를 때리고 재빨리 머리 속에 뿌리 내린 그 어둔 줄기를 뜯어내 버리고 나는 손가락을 펴들고 금가루를 뿌리는 햇빛의 머리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거리에는 선잠 깨어 연지 찍은 가랑잎을 초롱 초롱한 유치원 아이들 소리가 뒤덮고 있다 무거운 時代를 메고 세상 깊이를 재고 있는 그대들의 처진 어깨 위로 황금빛 꽃비가 된 가을이 뚝 떨어져 아침 햇빛 속에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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