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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1 일째

왜 상류사회가 없는가 (퍼온글)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 가 없는 사회. 그것이 한국 사회라 할 수 있다. 상류사회든 중류사회든 층을 나타내는 말 뒤에 '사회' 라는 말이 붙을 때는 다른 층과 구분되는 그 층 특유의 생활양식이 있고 사고방식과 행위 유형이 있다. 그것이 없을 때는 그냥 상층.중층일 뿐 그 뒤에 '사회' 라는 말이 붙을 수 없다. 왜냐하면 소득이나 지위 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생활하는 모습이나 사회적 성향 혹은 행위는 모두가 꼭 같기 때문이다. 그 꼭 같은 사회가 우리 사회이고 그것이 확연히 구분돼 있는 사회가 선진사회들이다. 한 사회에 살면서 그같이 층에 따라 사는 모습이 확연히 구분돼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가 아닌가의 따짐은 차치해두고, 그렇게 구분된 소위 말하는 선진사회들에선 우리에게는 없는 상류사회라는 것이 있다. *** 수치심 없는 상층 사람들도대체 그 상류사회란 무엇이며 우리에게는 왜 없는가. 상류사회를 만들어주는 요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재산과 지위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것만 가지고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상류사회를 이루는 요소는 재산이나 지위보다 그들이 갖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 정신은 어디나 거의 공통적으로 수치심(羞恥心) 으로 표현된다. 잘못했을 경우 어느 층의 사람들보다 강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 부끄러움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그들은 강한 도덕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강한 자존심을 갖는다. 특히 자존심과 자긍심은 그들의 대명사다. 그들의 전유물인양 안으로 강하게 다지고 강하게 그것을 품고 있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이지만 도덕적으로 아무런 부끄럼 없이 떳떳하다는 마음이다. 자긍심은 스스로를 자랑하는 마음이지만 도덕적으로 한 점 거리낌 없이 당당하다는 마음이다. 자기를 높이고 자랑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별개의 존재인가' 하고 욕을 얻어먹지만, 반대로 도덕적으로 떳떳하고 당당하다는 점에서 '역시 그들은 다른 사람이야' 하고 존경받는다. 우리는 그런 수치심을 가진 상류사회의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이 없으니 상류사회가 있을 리 없다. 특히 지위가 높은 우리 상층은 부끄러움이 없다. 상류사회를 구성하기엔 너무 수치심이 없다. 최근 꼭 물러났어야 할 한 유력 인사가 그대로 총리직에 앉았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지탄했는가. 국민의 대표에 의해 해임된 한 유력 장관이 요직에 다시 기용됐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실소를 금치 못했는가. 유능 총장으로 기록까지 세우던 한 저명 교육자가 비서가 됐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아연(啞然) 했는가. 부끄럼이 있다면 그런 인사를 할 수가 없고, 했다 해도 부끄럼을 안다면 당연히 '노' 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도의며 도의를 아는 사람이 느끼는 강한 부끄러움이다. 더구나 독자의 세계를 구축하는 학자가 윗 사람의 문서나 정리하고 일정 따위나 챙겨주는 비서가 됐다고 생각할 때 어느 학자가 얼굴에 부끄럼을 띠지 않겠는가. 비서는 대통령 비서든, 장관비서든 혹은 사장비서든 오직 비서일 뿐이다. 아무리 대학 총장이 행정직이며 관리직이라 해도 아직은 학자가 하고, 아직은 많은 경우 그 대학의 얼굴이다. *** 갈림길서 개 헤엄 안쳐야우리는 평소에 부끄러움을 많이 갖던 사람도 지위만 높아지면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그래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도 없고, 상류사회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치지 않는다' 는 말은 아직도 우리 뇌리에 생생하다. 물에 빠지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그 갈림길에서 개헤엄이 아니라 소헤엄이라도 치고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그런 헤엄치고 살아났을 때 사람들에게서 받는 그 치소, 그 치욕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그 부끄럼을 먹고 사느니 차라리 죽고 말자. 그것이 상류사회 사람들의 정신이다. 그 정신으로 해서 조선조 사회도 비록 얇긴 해도 오늘날 우리에겐 없는 상류사회가 있었다. '개헤엄 치지 말자' -. 지금 우리 상층 사람들이 가슴에 깊이 깊이 새겨 넣어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제다. 송복 연세대 교수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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