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1 일째
갈림길에 선 기자들( 퍼온글)
한때 똑똑하다는 학생들이 대거 언론계를 지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상경대 법대 인문대 심지어는 의대생들까지 모여들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론사가 3디업종이 된 것이다. 야망이 있는 친구들은 고시나 벤처 광고 영화 문화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자는 고달프고 노동강도도 높은 직업이다. 사내조직은 비민주적이다.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지만 서열이 엄연하다. 기자생활을 똑 부러지게 한다고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기사를 잘 쓴다고 연봉을 파격적으로 주는 것도 아니다. 장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년조가 높아질수록 자리는 바늘구멍만큼 좁아져서 누구나 부장, 국장, 논설위원을 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엠에프를 맞으면서 언론사도 정년보장이 되지 않을 뿐더러 기왕의 정년까지 낮추었다. 교사나 군인 공무원처럼 연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퇴직금이라고 받는다해도 앞으로 수십년 살아가기에는 저금리시대에 앞날이 캄캄해진다. 그래서 최근 몇년사이에 기자사회도 이직이 늘었다. 벤처판이나 고시, 문화판 혹은 이민을 선택한다. 기자들의 주요 고민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처럼 자녀교육과 관련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지적산업에 종사하고 사회의 목탁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던 기자들이 돈이 실력이 되는 사회에서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벤처판의 20대가, 대학동기가, 수십억 수백억을 주무르는 사업가가 되고 10대의 가수가 수십억 부자가 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기자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고위관료 대학교수 대기업의 임원 성공한 문화판 사람들 즉 예술귀족이기 쉽다. 소위 우리사회의 부를 80% 갖고 있는 상위 20% 혹은 10%에 해당하는 층들이다. 이들은 거의 자식을 어린 시절부터 유학을 보낸다. 평소 얕잡아 보았던 연예인들이 자녀들을 미국 동부의 명문대에 조기 유학시키고, 그들의 성공한 자녀교육 이야기를 기사로 쓰며 갈등을 느낀다. 통계가 입증해주듯 잘 살아야 공부도 잘 한다. 따라서 일류대학을 나온 기자들의 부모들이 부자일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를 사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동료들도 흔해졌고, 30대에 골프와 헬스클럽 회원권이 있고 자녀를 조기유학시키고 휴가 때마다 자녀를 만나러 가는 동료기자도 있다. 나는 어떻게 살아도 좋지만 내 자식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움은 많은 기자들의 공통적인 괴로움이 되고 있다. 이번호 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특혜는 언론사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기자사회에서도 특권의식은 불식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기업체와 관공서 등 출입처로부터의 골프접대나 비싼 선물을 받는 등 특별한 대접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특권의식이 언론과 국민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취재대상이 대부분 기자들보다 잘 사는 층들이어서 이들과 동류의식을 갖는 사이에 노동현안 사회복지 등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우리사회 소수의 상위그룹에 속하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떳떳치 못한 촌지와 향응을 받다보면 그것이 `일상'이 되어 특별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기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내면의 소리도 기자들을 괴롭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기자들은 지금 일대 기로에 서 있다. 나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와 언론사의 자유가 착종되고, 언론인으로서의 삶과 사회가 요구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삶이 이중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론사가 다른 기업과 달리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것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기대치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도 공기에 근무하는 공인의 성격을 갖는다면 틀린 말인가. 언론사 세무조사가 관행을 벗어난 것이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촌지 등 기자들의 특권과 관행도 도마위에 스스로 올려야 하는 것도 지금 기자들에겐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이런 고민들은 더불어 풀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연금제도를 언론계에 도입하여 기자연금제도를 만드는 문제를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김선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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