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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일째
새 시대의 여명(퍼온글)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언론권력을 휘두르며 한국 여론을 지배해온 족벌 수구신문들의 독과점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려 한다. 시대의 당위이자 역사 흐름의 필연이다. 독과점 체제가 부숴지는 소리가 저만치 들리는 이 거대한 변화의 씨앗은 어디서 잉태된 것인가? 독자 여러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시민·언론단체 회원들이 언론개혁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 일들을. 이들은 언론사 정기세무조사 실시, 불공정 거래 척결, 언론발전위원회 구성,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너무나 오랫동안 외쳐온, 그래서 이제는 목마져 쉬어버린 구호들을 외치고 또 외쳤다. 사회 각 분야에서도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의 조폭적 행태를 비판하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안티조선 운동이 상징하는 거부의 몸짓이 번져나갔다. 그것은 거대한 바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보였다. 족벌신문들의 거대자본과 언론권력의 크기에 비하면 참으로 자그마한 것이었다. 그러나 족벌신문들의 자본과 권력이 아무리 크다 한들 저 작은 물방울들의 도덕성에 어찌 비할 수 있을까. 그 도덕의 힘은 추악한 자본과 오만한 권력을 능히 뛰어넘는, 역사 변혁의 원동력임을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보아왔다. 거대한 변화의 씨앗들 그 뿐이 아니다. 70년대 박정희 유신 독재, 80년대 전두환 신군부의 그 혹독했던 시절, 정치권력에 맞서 싸웠던 수많은 언론인들의 고난과 희생이 언론개혁의 꽃을 피우기 위한 토양에 거름이 되었다. `카오스 이론'이라는게 있다(1999년 1월22일 참조). 이 이론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이 `나비 효과'다. 나비 한 마리의 갸날픈 날갯짓이 불러 일으키는 아주 작은 기류의 떨림이 시간과 거리를 지나면서 파장이 커져 지구 반대편에 이르러서는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나는 이 나비효과가 역사에도 적용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한갖 나비의 갸날픈 날개짓 같은 몸짓들이지만, 고결한 도덕성에 바탕을 둔 변화의 몸짓은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넓어지면서 거대한 폭풍으로 발전한다. 언론개혁을 위한 시민적 저항, 양심적인 지식인·시민들의 안티조선 운동, 자유언론을 위한 투쟁의 역사, 그런 것들이 쌓이고 뭉쳐져 언론권력의 낡은 질서를 무너트리고 마침내 새 언론시대를 여는 씨앗들이 되었다. 그것은 족벌신문들의 거대한 언론권력에 비해 참으로 초라하고 작은 듯 하지만, 거대한 변화의 폭풍을 휘몰아 왔다. 언론사 세무조사, 공정거래위 조사도 나비의 날갯짓이 몰고온 현상이며, 그것은 또한 새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이 된다. 변화의 폭풍으로 발전한 데는 족벌신문들의 봉건적 구조와 오만한 언론권력 행사, 부도덕한 언론사주들의 행태,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는 이중성과 위선, 추한 과거를 반성할줄 모르는 후안무치도 큰 바람으로 작용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가. 그런데도 족벌신문들의 사주는 소유·경영·편집을 완벽하게 장악한 채 봉건영주처럼, 황제처럼 군림해왔다. 한때는 그들의 사주를 `밤의 대통령'이라 하더니 이제는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졌다고 오만을 부린다. 참 언론이 태어나는 소리들 99년 10월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탈세혐의로 구속되었을 때 “언론사 사주라고 해서 중죄인 탈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 누구도 법앞에 평등하며 그 어떤 권력도 탈세로부터 면책될 수 없으며 어떤 명분도 탈세를 정당화할 수 없다”(99년 10월4일 사설)라고 했던 조선일보가 지난 6개월동안, 그리고 지금 언론사 세무조사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27일 조선일보 기자 일동 이름으로 발표된 결의문은 세무조사 등 최근 사태를 보며 “언론을 옥죄어오는 권력의 살기를 절감한다”고 밝혔다. 이런 것들이 죄다 나비의 날갯짓을 거대한 폭풍으로 키우는 카오스의 씨앗들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폭풍 속에서 참 언론이 태어나는 알이 깨지는 소리, 거짓이 벗겨지는 소리, 언론사주가 채운 족쇄가 흐트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새 시대가 오고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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