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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한 嘲笑 ( 퍼온시 )

- 조진태 이미 다 썼다 사랑한 모든 것이 폐허라고 한 시인은 억압에 저항하며 쏟아부은 열정과 헌신이 한 시대의 종말과 함께 휴지조각처럼 구겨질 때 뼈아픈 후회가 사랑할 자리를 대신하였다고 썼다 또 한 시인은 애기했다 잔치는 끝났다고, 이미 떠나버린 잔칫상의 남은 열정을 설겆이하며 흘러간 콧노래나 흥얼거릴 것이라고 순수한 영혼의 꽃이 향기를 잃고 혼란에 빠질 때 노동의 대지로부터 호들갑스럽게 떠나버린 허약한 이상에 대해서 노래했다 어떤 시인은 고백했다 지난날의 꿈이 삶을 밀고 나간다고 새롭게 나아가게 한다고 의젓하게 제법 진지하게 지난날의 어느때 쯤 노동운동의 대열에서 고뇌하였던 한때의 열정과 꿈이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고 고백했다 이제 시인은 무엇을 써야 하는가 '객관적'으로 들여다볼만한 인간의 성채는 빛을 잃었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더이상 절망에 빠질 댓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은 없다 이제 무엇을 노래해야하는가 여기저기 서성거리며 주변에 서서 감상에 몸을 떨며 느껴야 할 순수한 독단도 집요한 열정도 없다 의무도 책임도 스스로 고뇌하면서 끝없이 부정해야만 할 집단주의도 없다 사라져버린 지난날의 꿈이여 풍요로움을 화두로 하는 모든 것의 불안이여 절망이여 세기말 한반도의 시인이여 이제 무엇을 노래하려는가 노래하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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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3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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