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언론권력의 시녀들( 퍼온글)
“`언론권력'이란 말은 다분히 환영(幻影)이다. 속되게 표현한다면 정치공간은 `떡'이 있는 곳이고 언론공간은 `떡고물'이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언론개혁에 대해 비판적인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임상원 교수의 말이다. 임 교수는 언론개혁 문제를 `헤게모니 투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이해의 연장선상에서 `떡'이니 `떡고물'이니 하는 이야기를 한 거다. 나는 임 교수의 이런 진단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임 교수가 `투쟁 구도'를 `정권 대 언론'의 구도로 보는 것엔 반대한다. `국민'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건 `2자 게임'이 아니라 `3자 게임'이다. 언론개혁에 찬성하는 지식인들은 정권의 편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국민의 편이다. 그들은 `유착'의 대명사라 할 권언유착이 깨지는 것은 반드시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믿는다. 정권의 `신문장악 음모'? 그건 개그를 모욕하는 저질 개그다. 왜 그런가? 신문이 장악되느냐 되지 않느냐 하는 건 신문사주들의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겐 수구 신문들이 적극 지지했던 5공 정권처럼 신문사주들을 어느 지하실로 불러 소유권 포기 각서를 쓰게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부터 앞장서서 `정권 타도'의 대열에 서겠다. 현 정권이 지금 하겠다는 건 `법대로' 하자는 것일 뿐이다. 수구 신문들은 타이밍을 문제삼는다. 맞다. 내가 봐도 타이밍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어느 불효자가 부모 돌아간 다음에 눈물 흘리며 반성하는 건 한심하긴 하지만 반성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뒤늦게라도 현 정권이 `유착'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바른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현 정권이 초지일관한다면, 나는 후세 사람들이 “김대중 정권은 여러 모로 대단히 무능했지만, 근시안적인 정권안보에 개의치 않고 나라를 망치는 권언유착을 끝장낸 점은 가장 눈부신 치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면 언론개혁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은 누구의 편인가? 나는 그들이 수구 신문의 편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들도 국민의 편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렇게 보기엔 모순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언론의 자유'를 자신의 종교인 양 내세우는데,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없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군사독재정권 시절 `언론의 자유'를 외치다가 감옥에 가고 직장에서 쫓겨났던 사람들은 지금 언론개혁을 외치고 있고, 그 시절 군사독재정권을 지지했거나 침묵하던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한국인이 아무리 망각에 능한 사람들이라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 왜 이런 코미디가 가능할까? 그게 바로 임 교수가 말한 `헤게모니 투쟁' 또는 `밥그릇 싸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겠다. 언론개혁 논쟁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언론학자들만 놓고 이야기해 보자. 과연 임 교수의 주장대로, 정치공간은 `떡'이 있는 곳이고 언론공간은 `떡고물'이나 떨어져 있는 곳인가? 나는 임 교수의 사실 왜곡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떡'과 `떡고물'의 거의 대부분이 언론공간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수구 신문들을 포함하여 언론사 유관 재단들은 매년 수십명의 언론학자들에게 각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대주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홍보, 특수대학원 경영, 학생 취업 등을 위해서도 구조적으로 수구 신문들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돼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언론학이 전반적으로 보아 언론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건 아닌지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왔다. 임 교수의 반론을 기대한다. 강준만/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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