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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방송이 해야 할 일 (퍼온글)

최근 일부 족벌 신문들이 열심히 생산해내고 있는 `신문개혁 음모론'과 신문개혁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낸 방송에 대한 보복성 기사들을 지켜 보면서 김대중 정권의 죄가 정말 크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 정권의 어리석은 실정으로 인해 결코 고개를 들어선 안 될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도 요즘 삶의 보람을 느끼며 큰소리치고 있는 마당에 족벌신문인들 정치적 음모론의 효용을 모를 리 없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야말로 그들의 든든한 피난처가 될 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언론개혁은 그런 추악한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최근 일부 방송 프로그램들이 신문개혁을 다룬 건 전적으로 담당 기자와 피디들의 양심과 사명감 덕분이었다는 걸 믿는다. 그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존경을 보내면서 그런 신뢰를 근거로 방송인들에게 몇가지 간곡한 호소를 하고 싶다. 오늘날 족벌신문들이 보이고 있는 오만방자와 후안무치는 그들만의 책임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특히 방송이 책임져야 할 몫이 크다. 그간 신문은 방송을 과잉일 정도로 감시하고 견제해 왔지만 방송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아마도 정권홍보의 목적을 갖고 파견된 역대 사장들의 보신주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런 굴욕의 역사는 끝장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방송에 의한 신문 비평의 상시화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모든 제도와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그 권력에 상응하는 감시와 견제의 그물망에서 빠져 있는 신문을 상시적으로 비평하는 프로그램을 주시청시간대에 편성해야 할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치열한 비평은 신문과 방송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외국 이야긴 할 것 없다. 한국처럼 여론 독과점 구조가 심각하고 한국처럼 오만방자한 신문은 이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인식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방송이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그건 신문 의존도가 높은 문학ㆍ출판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해주는 일이다. 방송이 문학ㆍ출판을 거의 외면한 가운데 문학ㆍ출판은 신문의 홍보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자세로 연명해나가고 있다. 아무리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문인ㆍ출판인일지라도 그들이 신문에 대해서만큼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하거나 너그러운 자세를 보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방송은 과감하게 문학ㆍ출판을 껴 안아야 한다. 문인ㆍ출판인들이 신문에 대해서도 당당히 할 말은 할 수 있게끔 방송이 그들의 대안적 홍보 매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금 방송인들이 재미있는 오락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쏟는 돈과 노력의 반의 반만 문학ㆍ출판에 쏟아 준다면 그건 주시청시간대에도 편성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인ㆍ출판인 다음으로 신문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너그러운 또 하나의 중요한 집단이 있다. 그건 바로 시민운동단체들이다. 이들 역시 방송이 외면하는 가운데 신문 홍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일부 족벌신문들이 아무리 시민운동을 모독해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방송은 시민운동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을 정당하게 대접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그들은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몫을 방송으로부터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파업 관련 뉴스에서만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너무 부당하다. 지금 나는 방송이 오락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일부나마 오락의 성격을 좀 바꿔보자는 것이다. 방송인들이 그간 온갖 부당한 간섭과 통제 때문에 한강에 내던졌던 자존심과 사명감을 조금만 회복한다면 그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방송의 변화를 기대한다. 강준만/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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