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4 일째
초봄의 약속(퍼온시)
지은이: 박정만 겨울 가면 아득한 길이 있다고,이 말씀 없었으면 나는 죽었지.그런데 산뻐꾸기 저물어 봄날이 가도가야 할 길은 산 속으로 묻혀 갔으니.그냥 하루 해도 저물어 갔네.물론 애달프고 서러웁게 지고 샜지만간다는 저쪽 길이 너무 아득하여서꿈길 밖으로 꿈길 밖으로 걸아만 갔네.누구 죽었다는 혼령이여,왜 나는 미친 듯이 걸아야 하고들창 밖 새소리 하나마저 놓쳐야 하나.새소리는 그토록 어여쁜 무지개를 가지고 있는데.저쪽 숲에서였지.어둠이 꼬리를 감추는 저녁 무렵,내 고요한 창변을 흔들고 지나가는귀울림의 지독한 하늘에 앞서만산이 무너지는 산비둘기 울음을 들었던 것은.물론 행운이었어.온다 하던 그대 초봄의 옥색 치마에 바람꽃 무늬 하얗게 처질러지고없는 길은 그렇게 또 맞물려 갔지.때없이 생각만 빗물에 누워이 소리 저 소리로 야국 한 송이를 다 적셔도국화꽃 피는 때는 너무나 멀고잠결에 있는 것은 매화 한 틀,서늘한 적삼으로 뒤꽂이 선연한 매화잠만 보았지.가다가 외로우면 새벽잠을 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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