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정상` 조업중? ( 퍼온글 )
부평 공장을 비롯하여 대우 자동차 공장들이 모두 `정상' 조업중이라고 합니다. 어제까지 일하던 노동자 1750명을 단칼에 쫓아내고도 기계만 돌아가면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봅니다. `정상'의 바깥으로 쫓겨났으니 해고 노동자들은 `비정상'이라 불러야 되겠습니다. 변함없는 사회적 약자로서 비정상으로 밀려난 그들에게 정리 해고를 돌이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에 연행되고, 체포·구속되는 일과, 지하철 철로를 점거하여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고 욕이나 얻어먹는 일 이외에는 말입니다. 시민은 스스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믿고 있으므로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 의식을 갖기 어렵습니다. 운 좋게 쫓겨나지 않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지금 고개를 숙인 채 일하고 있겠습니다. 행여나 그분들에게 해고된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 의식이 부족하다고 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회보장이 취약한 땅에서 연대 의식 같은 것 갖고 살다간 밥 빌어먹기 딱 알맞다는 것을 너나 할것없이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행여나 인간다운 삶이니 인간의 존엄성이니 하는 말로 현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시민이든 노동자든 거의 모두 세상 돌아가는 형세에 굴종을 택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 편이 속도 편하고 몸도 편합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리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제부터 듣기 시작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그깐 하나마나한 소리를 또 다시 꺼내면 화를 내겠습니다. 늙은 노동자의 노래는 이제 슬프지도 않습니다. 아무런 울림도 감흥도 주지 않고 조금 거북스러울 따름입니다. 아, 그렇습니다. 우리들 신화의 주인공인 김우중씨를 잡아 들여야겠습니다. 빼돌린 재산은 당연히 환수해야 합니다. “한국을 사세요”가 우리 시대를 증언하는 시의적절한 구호라면 그 사람은 여지없는 매국노가 되겠지만, 그에게 세계는 여전히 넓고 숨을 곳은 많습니다. `김우중 리스트' 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년 반 동안이나 마음껏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게 한 뒤 이제 와서 인터폴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돈만 있으면 지구촌이 온통 천국인 그런 세상입니다. 홧김에 예전에 김우중 신화에 열심히 경배하며 찬가를 불러댔던 경제전문가나 문인이나 수구언론에게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웬걸, 수구언론은 어느새 국부 유출을 열심히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역시 이 시대의 뛰어난 귀감입니다. 인수를 포기한 포드를 욕하고도 싶지만 포드가 우리에게 잘못한 일은 없어 보입니다. 지엠은 바보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값이 계속 떨어질 텐데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지엠은 곧 미국과 영국에 있는 공장에서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들에겐 급한 일이 따로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모른 채 `저 사람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살 사람을 미리 지정해 주는 거래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국민의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탓이라고 합니다. 독재 시대를 겨우 끝내고 나니 신자유주의 독재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인간을 위해 시장이 있는 게 아니라 시장을 위해 인간이 복무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위에 좋은 가문에 태어나 좋은 대학 나온 사회귀족들이 책임의식 없이 이권만 챙기며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점에서는 국민의 정부 또한 과거 정권 때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돈 없고 힘 없는 노동자로 태어난 죄는 돌이킬 수 없이 큰 것입니다. 대우 자동차 부평 공장이 `정상' 조업중이라고 합니다. 1750명의 노동자들은 공장 바깥에서 서성대고 있습니다. 홍세화/파리에서 지은이 - 한겨레 신문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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