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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 (퍼온시)

소을석 : 1961년 전남 구례 출생. 한양대 중문과 졸업 와디 --우리시대의 강 남김없이 흘러버린 강 바닥에 말라붙은 하늘을 낙타는 짜디짠 돌멩이가 되어 걷는다 수천년 전의 삼목 수림은 암각화로나 무성하고 사냥과 벌목에 기운찼던 장정들은 제 뼈 깎아내려 사막이 되었는지 인적 거둔 염천에 바람만이 모래기둥을 쌓다 무너져 내린다   탓한들 돌이킬 수 있으랴 제 발등 찍어 넘긴 도끼날 그 측은한 함락을 외로이 지키는 낙타는 또 수천년을 두고두고 바라보아도 쨍쨍한 하늘이 무심도 하지 두눈 가득 쏟아져 내려도 물기 한 점 맺히지 않는 어디에 그런 모진 침묵이 있는지 이글거리는 분노, 완강한 외면을 서성이는 발자국은 심장 위에 꽃수처럼 갈증의 화석을 심고 단조로운 풍경은 오래도록 쉬고 있어 갈색 관목의 시든 씨앗을 씹는 낙타의 기울어진 혹이 말라간다   무엇이 강을 쉬이 떠나게 했을까   불과 수십 년, 숲은 우거졌어도 웬일인지 강은 검게 말라붙어 다시 목마르고 사람들은 하나 둘 강을 떠난다. 그래도 이 땅의 하늘은 무심치 않아 비는 족히 내리지, 내려도 폐수로 굳어진 강은 풀리지 않고 낙타는 여전히 불타는 사막을 밟는다 다들 알고 있을까. 정작으로 두려운 것은 알면서도 제 살 썩히는 문명의 남용이라는 것을 집집마다 검은 강줄기를 하나씩 갖고서 맑은 날 하루 없이 오수를 흘리지 악취에 코를 막고 돌아서면서도 그것이 나를 등지는 나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지. 하여 숲에서 생명을 발원한 강은 도시를 만나자 곧 숨이 막히고 아이들은 멀찍이 물러서서 강은 검은 것이라고 말한다   비가 내려도 목마른 강은 비 오지 않아 목타는 강보다 더 큰 절망으로 깊다 나날이 조금씩 발목을, 허리를, 목을 차오르는 비오는 날에도 검게 마른 강 하지만 떠날 수 없지. 단 하나의 생명을 이 땅에 심었기에 떠날 수 없지 낙타는 몸을 야위며 사라진 강을 찾아 사막을 횡단한다 자동차와 빌딩과 인간의 사막을 건너 생명의 향기가 풍기는 투명한 물내음 마음 속을 먼저 흐르는 푸르른 강을 찾아   * 와디(wadi): 비가 올 때만 일시적으로 흐르는 사막의 건천 - 1992 년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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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5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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