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신월기계화단지 (퍼온시)
김유석 :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전북대 문리대1숨가쁜 아침이 박명의 들판에 고함소리로 몰리고 있다 논두렁마다 잠의 젖니에 물려 있는 풀꽃들은 따스한 체온 굴러 떨어지는 이슬의 몸살이 아프다 수십년 세월을 갈아온 늙은 쟁기꾼의 이랑 같은 주름살 무심히 밟고 가는 바퀴 밑에 깔린 녹슬은 보습 하나 비켜 선 황소 눈망울에 시름이 깊다 자그만 나사 하나만 풀려도 드센 고집을 부려 사람의 코뚜레를 뚫기도 하지만 한 필지쯤이야 해장거리 구발산 힘을 뽑아 온 봄을 갈묻이하는 39마력 짜리 포드 아, 아니 대동 트랙터 저것들은 기억할 수 있을까 황소 목울음 끝에 매달리는 농부가 한 소절을 앞세워 돌아오던 풍경소리를 2 갈비뼈 부러진 정읍댁 지붕 위에 마늘쪽 같은 낮달이 걸려 있다 오래된 문패처럼 마당귀에 대추나무 홀로 여위고 있다 들대에 서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어둠에 젖어 있는 고샅길 물집 터진 흰 고무신짝 하나 무심히 떠올 뿐 조금만 곁눈을 주어도 목이 메어 낯빛으로도 다 못 감추는 사랑 허물없이 국수사발로 말아 건네던 사람 기러기 떼처럼 늘어서서 띠앗머리 좋게 모내던 그 모잡이들 다 어디로 가고 모춤 위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을 감춰서 장승같은 이 외로움이 가려질까 꺽어서 풀빛 그리움이 그만 지워질까 무심한 기계도 멀찍이 받쳐두고 흙빛으로 얼굴을 내미는 외로움에 풋마늘을 찍어가며 혼자 찬밥을 먹는다. - 1990년도 대한매일 신문신춘문예 당선시 ......
암호화
암호를 해제하였습니다.
암호화
암호해제를 실패하였습니다.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