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퍼온시 )
(서주홍 시인)당신을 만나고 왔습니다 당신이 부른다기에 모든 일 팽개치고 잰걸음으로 당신을 찾아갔습니다당신은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아주 새빨갛게 익은 능금 한 알을 꺼내 주시고나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가을날 햇살처럼 당신의 웃음은 나의 옷자락 위에 눈부신 꽃으로 피어났습니다당신은 이 세상의 말을 터득하여 새로이 제도를 지으시고 한사코 나를 사랑으로 가르치는 위대한 나라의 왕이셨습니다 나의 정신과 죽음까지도 다스리는 당신이었기에 진정 나의 소망은 언젠가 당신 앞에 이르는 날 나는 당신의 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본디 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숱하게 생각하고 예비한 한 마디 그 말 사람들은 그것을 기도라 하지만 나는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 채 당신과 작별 인사를 나눈 적이 실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나는 당신이 부르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내 의지로는 당신을 이기지 못하여 당신에게 하고 싶은 그 한 마디 말을 나의 저 깊은 가슴 밑에 닿도록 몇 번이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연습을 하여 봅니다그렇지만 모를 일입니다어쩌면 당신은 내 심중을 다 헤아리고 바보같이 연습하는 내 한 마디 말의 의미를 벌써 환히 알고 있을지 말입니다 새빨간 능금 한 알 속에 숨은 당신의 진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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