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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일째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겨울의 숲으로 오니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설레이던 몸짓들도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앙상한 공허만이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차라리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진실로 참되고 옳음이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나의 뜨거운 노래는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마침내 비굴한 목숨은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엔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나의 노래는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들어 보라.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여기 진실은 고독히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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