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山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새벽녘이면 산들이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짐승들의 굴 속에서도흙 한 줌 돌 한개 들성거리지 않는다.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랠까봐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간다.그럴때면 새나 짐승들은기분좋게 엎대서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고달프면 쉬란듯이 정답게 서서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달팽이 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기어서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산은 한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고산도 名山도 된다.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김 광섭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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