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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영산포를 ...

내 고향은 나주지만, 영산포 보담은 광주가 더 가깝다.

그런데 학교는 영산포엘 다녔다.

수업간간히 옆으로 지나는 기찻소리가 소음였지만...

그 소음조차도 별로 신경이 쓰질 못했다.

다음 학기의 시험에 대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라 한가하게 그런 소음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집에서 같이 출발해 학교가는 친구들.

그들은 나주 읍에 오면 다 온것이지만, 난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영산포엘 가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더 소요되는 거리.

버스비가 없으면 어김없이 학교까지 걸어가야 하는 거라  자연히 걸음은 빠를수밖에..

-넌 가까운 나주 두고 영산포엘 다녔어? 거기가 학비가 쌌냐?

지난번 초딩 모임에 만났던 <영희>가 물었다.

-그래 그래서 거길 간거다.

거긴 사립학교라 타 지역의 학생들을 유치하느라 <장학생 제도>를 두고 있어

나 처럼 가정 사정이 어려운 친구들이 광주를 포기하고 그곳을 지원했다.

그런 세세한 것까지 영희에게 애기해줄 이유가 없어 그렇게 얼렁뚱땅 답했다.

 

나주와 영산포의 경계지점인 고개를 넘으면 바로 우리학교교사가 보인다.

뒤에는 산이고 옆은 영산강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위치.

늘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면 영산강 둑위에 앉아 꿈을 애기하곤 했던

영산강둑위의 잔디.

늘 거기에 앉으면 비릿한 새우젓 냄새가 거기까지 스며든다.

등대옆에 건너는 다리가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이는 곳.

-난 앞으로 작가가 되어 성공하고 싶어.

늘 가방속에 문학지를 넣고 다님서 유명작가가 꿈이었던 전 경식

-난 꿈이 교사가 될거야.

머리가 좋았던 이 승연은 그랬지만...

-아니 천식형은?

-어디 모든 꿈들이 내 뜻대로 되냐? 난 내 형처럼 공직자가 되고 싶은데

모르겠어.

그런 야망을 애기했던 친구들 이뤘을까?

 

연애편지를 전달한 덕분에 맛있는 것을 얻어 먹었던 기억.

주식이의 누나 <수애>누나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그렇게도 변하지 않을거 같았던 <주식>이도 세월따라 변하는가? 연락이 두절된지 오래다.

그 어린 나이에도 늘 문학지를 열독하던 <전 경식>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려나? 지금도 책을 옆에 끼고 살까.

 

영산강 다릴 건너서 <두만강아 잘 있거라><빨간 마후라>를 보러 갈때는

우리들 축제의 날였다.

수업을 중단하고 영화감상을 한단게 얼마나 즐거운 행사더냐?

지금 이렇게 수업시간에 영화감상이라도 간다고 하면 과연 학부형들이

침묵하고 있을까?

아마도 교장실은 난장판 되었을 것이다.

-뭐라고요? 대체 정신이 있습니까?수업중에 영화 본다고요?

이 학교 선생님들 제 정신입니까?

이랫을거 같다.

 

영산강의 비릿한 냄새가 정 다운 곳.

영산포 극장을 가는길에 즐비한 새우젓 가게에서 풍기는 새우젓 냄새.

그땐 눈살을 찌푸렸지만, 너무도 구수한 냄새였다.

가보고 싶은 추억의 고장 영산포.

귀향길에 들른다고 해도 모든것이 생소할것만 같다.

세월이 모든것을 변화시켜 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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