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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첫 선물,자전거

시골 중학교 시절,

삼선동 살던 매형이 첫 선물로 <짐싣는 자전거>를 보냈다.

2시간 정도를 걸어다녀야 했던 그때라 자전거는 엄청난 선물였지.

헌데,

왜 짐을 싣는 자전거를 보냈을까?

궁금했다.

-이거 매형이 타던 자전거 아냐?

그 당시 매형은 동대문 시장에서 마늘을 엮어 파는 도매점을 운영하고 있어

필수적으로 자전거가 필요했을거다.

 

-그건 짐싣는 자전거가 튼튼해서 그걸 보낸거야 신사용 보담 튼튼해.

아무리 튼튼해도 어린 몸으로 그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단건 힘든 일였지.

짐을 싣는 자전거라 윗몸을 꼿꼿히 펴고 달릴수도 없었다.

앞 손잡이가 밑으로 쳐저있어 고개를 수그려야 했기에..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스꽝 스럽게 보였을거같다.

-저앤 왜 짐발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거냐?

이상한  짐발인데..?

 

튼튼한건 맞다.

넘어져도 고장나지 않고 튼튼했지만, 그 무게는 장난이 아니라 타고 다닌것도

힘들었다.

지금생각해도 매형이 날 몰라도 너무 모른것 같다.

어린 처남이 이렇게 무거운  짐발이 자전거를 어떻게 타고 다니라고 선물을 한건가.

이 무겁고 비효율적인 자전거.

그래도 그 먼거리를 걸으면서 통학하다가 자전거를 받았단 것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수 없었기에 불평은 할수 없었지.

1년정도 타다가 자전거 점포에서 가벼운 신사용과 교환했었다.

 

살림도 좋아지고 돈도 번 매형.

배가 고프지 않으니 뱃장이 두둑한건가?

서울도 겨울을 할일이 별로 없었기에 <도박>에 빠졌다.

산위의 루빵집이지만, 방 10여개를 세를 놓고서 떵떵거리던 사람이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곤 맨 몸으로 고향으로 귀향하니 기가 찰일 아닌가?

누가 거지꼴로 귀향한 사람을 따뜻히 맞이해줄것인가?

 

하룻밤 춘몽으로 끝난 자신의 인생.

부자에서 거지로 변한 현실.

견딜수 없었는지 매일 술로 세월을 탕진하던 탕아였다.

한참 성장시기에 모든것을 잃어버린 가족.

5남매의 초라한 몰골, 가진것 없이 귀향한 시골생활.

누나의 삶을 송두리채 앗아가버린 기구한 삶의 여정.

 

그 술로 세월을 보낸 날들이 견딜수 없었는지...

음주로 인한 익사체로 발견된 기구한 운명의 매형.

-네 매형이 죽었단것이 정말로 시원하더라

그 꼴을 매일 보지 않았으니까..

누나가 오직했으면 그랬을까.

 

매일 열심히 살았던 매형, 짐발이 자전거지만 그걸 보내준 고마운 마음.

그때의 그 마음으로만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모든게 운명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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