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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시 찾은 관악산

-어때 비 온뒤 산행 좋잖아? 오늘 갈래?신림동의 윤 국장님의 전화다.-그럴까요?오후 2시경 좋을거 같아요.

참으로 오랫만인거 같다.윤 국장과 그렇게도 자주 찾았던 관악산 줄기 줄기.저 멀리 사당동에서 연주암 쪽으로 올랐던  강래 과장.그렇게도 날렵하게 오르던 ㅡ그 분.이미 고인되었지.혈액암이란 병.그렇게도 삶에의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시던 고인.-난 힘들거 같아 점점 더 나빠져 가는거 같애.힘 없는 목소리로 들려오던 ㅡ그분.삶의 무상을 느끼게 한다.아무리 등산하면서 건강미를 자랑해도 암의 위력(?)앞에 무너지는 나약한 존재.얼마나 허무한가?

오랫만에 뵙는 윤 국장님.여전히 젊어 보이고, 패기가 넘친다.관악산 가까운 신림동에서 사셔서 그럴까...유독히도 산과 가깝게 사시는 분이다.

서울대 옆의 계곡으로, 무너미 고개로 넘기로 했다.무너미 고갤 넘으면 서울농대의 숲.거길 통과하면 안양 예술공원이다.하두 자주 다녀서 눈감고도 그 계곡둘 모숩이 훤하다.


삼막사와 무너미 고개를 가르는 삼거리.거긴 쉬는 곳이다.간단한 간식을 먹고 쉰다.늘 간식은 윤 국장님이 갖고 오신다.습관처럼 배낭을 메고 오시는데 난 늘 홀 몸.그게 편하여 그런것도 있지만, 습관 같다.몸에 뭣인가를 휴대하는게 그렇게 싫다.바위옆에 보드라운 풀잎을 누군가가 양갈래 머릴 따서 마치 처녀의 머리처럼가지런하다.여느 아낙네가 쉬는 틈에 그런일을 했을거 같다.무료했을까?여자의 섬세함을 뽐내기 위함일까?



도토리를 좀 줍잖다.-전 이런거 별 취미 없어요 하고 싶지 않은데....-날 봐서 좀 주워봐,내가 이걸 도토리 묵을 써서 담에 갖고 올께 그 맛을 보면 좋아 할걸..-그 얼마나 그 과정이 힘든데 그걸해요?그냥  시장에서 사먹죠 뭐..-아냐 내 솜씨로 진짜 도토리 묵을 써서 먹어봐 환장한다니까..-설마??그러고 보니 무너미 고개마다 도토리 나무가 많다.땅에 떨어진 도토리가 지천에 깔려있다.이걸 다람쥐가 다 줍기엔 너무 많다.한 시간정도 주웠을까?엄청 많다.


하산하니,거의 6시경 가을이라 금방 어둡다.파전에, <지평 생막걸리>에 먹는 그 맛.-이맛 쥑인다 자 한잔 하자고,,부라보.말은 들었지만 지평막걸리 맛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막걸리에 대한 트라우마.날 119불러 병원에 입원까지 시켰던 명희씨.이미 고인이 된것은 지금도 미스터리다.왜, 그렇게 건강한 분이 가셨을까?

우릴 그렇게 반겨맞아주셨던 <정읍식당>은 간데 없고 엉뚱한 아파트가 건축중이라 격세지감을 느낀다.관악역이 가까운 탓에 이런곳에 마치 별장처럼 아파트 짓나 보다.시골풍경은 어디도 찾아볼수 없는 모습의 안양유원지.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내가 11년전 쓰러진 고향식당도 자취도 없음은 어쩐지 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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