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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연호 형님댁

어젠 안산갔다오는길에 연호형님댁에 들렀다.

매년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이면 꼭 찾는 연호형님댁.

혼자 적적하신지 동네 사랑방에서 화투놀이 하신단 형님.

화투를 퍽이나 좋아하시나 보다.

 

정정하시고 깔끔하시던 형수님,흐르는 세월은 어쩔수 없나보다.

그런 패기와 젊음은 어디로 가고 이젠 할머니 모습이 영락없다.

70이 넘으셨으니 당연한 노릇이지만, 가는 세월이 안타깝다.

빈손으로 들어서기가 겸연쩍어 마트에서 조기 한 두릅을 사고 봉투에 작은 성의를 담았다.

노년이 외롭고 힘들게 사시는 형님부부.

소득이 없다.

공직으로 정년을 마쳤다면 그런데로 평안하게 사실텐데 중간에 나온 바람에 지금은 후회가 오나보다.

가는 세월은 순간인데......

 

47세의 막내 철희와 울산시청소속의 무용수 33 살아가씨.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오늘 부모님뵈러 왔었단다.

14살 차이가 나는 부부.

이해가 안된다.

47살이 되도록 집 한칸 얻을돈도 마련못해 결혼을 해도 걱정이란 형님내외.

직장은 번드레하더니 그 정도의 돈도 모으지 못하고 그간에 뭣을 했을까?

한심한 아들인가 보다.

아마도 봄엔 결혼식을 올리려나 보다.

 

연호형님도 동생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지...

찾아오지 않은지 수십년이 넘는단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런걸까?

내가 함께 살땐 자주 자주 찾아왔었는데 그 사이에 어떤 사연이 얽혀 그렇게 친형집에 발을 끊고 사는걸까?

나이가 더 들어가면 후회 막급할텐데....

두 형제가 서울의 지붕아래 살면서 내왕하면서 살면 좋을텐데....

그렇게도 오지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걸까?

 

25평의 허스름한 연립한채.

그게 전부인데 그것도 융자가 남아 있단다.

편치 못한건지 형수님이 오랫만에 뵈어 그런건지 더 늙어 뵌다.

누가 그 세월을 막을손가?

 

1974년도 현저동 금화 아파트 102동 504호.

그 시절이 당신들은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였나보다.

모든게 평안하게 잘 움직엿으니까...

누가 이렇게 변한 환경에서 살줄이야 상상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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