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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섣달 그 믐날

12월 31일은 섣달 그믐 날이다.

설을 앞두고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었던 이날.

어머닌,

아침부터 앞치마 두르시곤 광으로 부억으로 열심히 들락거리는 모습은 행복해

보여 나도 즐거운 날이다.

방엔,

낼 쓸 술을위해 직접 만들 막걸리 술단지에선 술 냄새가 솔솔나곤,

콩나물 시루엔 노랗게 성장한 탐스런 콩나물을 뽑아 콩나물 국을 끓여 먹음

어찌나 맛이 있던가.

장독엔 이미 만들어 놓은 묵을 찬물에 담가 놨다

이런 것들이 정갈한 어머님 솜씨가 떨치던 때의 섣달 그믐의 풍경.

 

우린 떡을 만들기도 전에,

이미 옆집 외할머니 댁엔 넓다란 안반에 떡을 만들어 둥글게 모여 앉아 먹는 모습도 이 날의 풍경이다.

닥달같이 달려가 아직 구수한 냄새가 나는 인절미 한토막에 식혜 한잔을 먹곤

했다.

한 동네 네 이모가 모여 산탓에 이종사촌도 많아 외할머니 댁에 모이면 그 인원도

엄청나서 외할머닌 그래도 그게 무척 좋았던지 흐믓해 하셨지만 외할아버진

우리들이 모여서 떠들면 화를 내곤 하셨다.

매일 매일 찾아오니 손주인들 반갑겠는가?

허지만,

이 날만은 외할아버지도 행복한 모습으로 우릴 맞곤하셧다.

 

어머니만 바쁠뿐,

아버진 도와줄 일도 없이 하루내 주막에서 친구분들과 시간을 보내시다가

명절을 앞두고 단정하게 이발을 하곤 들어오셨다.

늘 손엔 낼 쓸 돼지 고기 한두근은 들고 오셨다.

동네 사람들이 공동으로 잡은 돼지 고기를 산것이지 정육점에서 산건 아니다.

돼지 고길 먹지 못하는 탓에 그런 아버지가 사오신 돼지 고기가 반갑지 만은

안았다.

 

엊그제 일들 같지만, 까마득한 예전의 추억들.

너무도 생생한 모습은 손에 잡힐듯 가까히 있지만......

그리운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가신것일까?

난 그대로 인데.....

부재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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