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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절망은 없다

오랫만에 북가좌동을 찾았다.

차를 놔두고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천천히 예전의 모습도  그리고 , 시간도 바쁘지 않아서지.

모름지기 세상은 천천히 살아야 할필요도 있다.

여유있고 넉넉하게....

 

1시간정도 예정으로 12시에 출발했더니 더 소요되었다.

성산회관에서  면목동가는 205번은 페지된지 오래란다.

동생이 서울대병원에 있을때 자주 이용했던 노선인데....

 

조 통장님의 집은 전의 집에서 아랫쪽으로 10여년전에 이사왔단다.

북가좌 2주민센타 바로  옆이다.

단독에서 다 세대 주택으로...

 

-와이프와 첫 대면했던 <오시오 다방> 하루가 지루한줄 모르게 대화를 나눴던 <하나다방>

건물은 을씨년 스런 모습으로  팽개쳐져 있었다.

대대적인 재개발 바람에 여기도 상전벽해가 될날이 머잖아 보인다.

그 동안 잠자듯히 조용했는데.....

-내 관할이 아닌데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한샘양복점.

총각딱지 떼 줄려고 몇번이나 맞선을 주선했던 그 송 사장.

그 낯익은 점포는 여전했지만 엉뚱한 구멍가게로 변해있었다.

늘 가지런히 빗질한 단정한 머리며 젠틀맨답게 정장을 고수하던 그 사장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한 순간 오래된 기억들이 크로즈엎되어 스친다.

-아, 얼마나 아름답던 시절였던가, 추억의 편린들은...??

그 시절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멋있게 살수 있을거 같은데..

부질없는 생각에 잠긴다.

 

밖에서 점심을 하려고 그 시간에 간건데 이미 점심을 준비했다는 사모님.

-가서 먹어도 그렇고 해서 편안히 집에서 먹어요,시간도 넉넉하게...

제가 요리는 잘 해요 ㅎㅎㅎ..

-의외로 시간이 걸렸어요, 이럴줄 알았음 조금 서두른건데....

 

몇년만에 만난건가?

반갑기도 하고 너무 무심하게 지낸거 같아 미안도 했다.

아픈 몸이라 술 한잔 할수 있는 위치도 아니지 않은가..

-뭐가 바쁘다고 그렇게 무심한 세월을 보냈을까?

강 하나 건너면 바로 지척인 여기를......

내 성의가 부족한거야.

 

35평의 다세대 주택건물.

부부가 살기엔 너무도 넓어 보이는 거실.

따스한 햇볕이 들어 화분들이 생생하게 자라고 있다.

-환자 옆에 화분이라도 생생해야지.

생에 대한 미련을 놓치 않게.......

 

-폐암 초기라서 그런데로 희망을 갖는다는 것.

-자신의 건강에 너무 자신을 가져 진찰같은것을 너무 소홀히 했다는 것.

-기운이 없고 약간의 식욕만 없어 전혀 증세를 못 알았다는것.

-항암 주사를 23일마다 한번씩 6차를 맞어야 한다데 2번을 맞았다는것.

맞기 전보다는 조금은 컨디션이 좋은거 같다는 것.

 

벌써 그 병을 앓은지가 3개월이라고 하는데도  외관상 보기엔 비교적 좋아보였다.

깡마른 얼굴에 눈이 휑하게 들어간줄 알았는데.....

-사모님이 잘 해 주셔서 그런지 생각보담 건강해 보여 반가워요.

초기라고 하니 희망이 있어요.절대로 포기말고 의사말대로 몸 조리잘하세요.

요즘, 초기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래서 나도 요즘 열심히 운동하고 잘먹고 그래.식욕도 그런데로 괜찮고..

난,이런 병에 걸릴줄은 상상도 못했다니까...

담배도 하루에 반갑정도 밖에 피우지 않았는데...

-꼭 담배만이 원인은 아닐거예요.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도 페암 걸린사람 봤어요.

-내가 경험해서 느낀건데 절대로 건강할때 챙겨.

방심은 금물이야..

-그러믄요.

 

4명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부부가 편안히 여유롭게 살려는 마당에  병마에 걸릴께

뭐람..

누가 자신의 행복을 장담할수 있을까?

어느 누가 오늘을 장담할수 있으랴, 안녕할수 있다고....

 

30여년전인 1978년에 인연 맺었던 우리사이.

소개해줬던 그 처제는 부천에 살고 있다고 한다.

 

-왜 헤어졌을까?

그녀와 혜화동에서 만났을때 점심시간에 식사를 제의했더니,

'저는 식사를 외부에서 먹어보질 못해서 먹을수 없어요.

아무리 늦어도 집에서 먹어야 해요 ,습관인가 봐요 미안해요'

어이가 없었다.

식성이 그렇게 까다로운 여자와 어떻게 평생을 살수 있을까?

데이트 중인데도 집에서 먹어야 한다니.....

그게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별의 변은 말하지 않았지만......

 

긴 시간을 오래전의 애기들을 했다.

지루한줄 모르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시는 사모님 덕분이 아닐까?

 

-저녁도 드시고 천천히 놀다 가세요 ,어디 직장을 다니시는것도 아닌데...

-담에 또 오면 되죠, 꼭 오늘만 날인가요?

담에 올땐 확실히 맛있는 식당에서 한턱 쏠께요 알아놔 두세요.

-그래요.

 

생각보담 건강해 보인 모습이 좋았고, 손을 꼭 쥔손이 따스해서 좋았다.

오늘 오길 잘했다.

만남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뭐가 문제라고 그랬었나?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절망은 없어요 절대로...

-그래, 그래 고마워,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담에 뵐땐 더 건강한 모습으로 보여줘요, 약속해요 알았죠?

-오케이..

 

외로울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고독하고 힘들때 곁에서 애기를 들어줄수 있는 친구.

말은 안해도 들어만 줘도 좋고, 눈빛만 봐도 좋은 친구.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그런 친구가 될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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