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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풍경

낼이 설날.

며칠이면 설날인가 하고 손을 꼽아 기다려지던

내 어린시절.

-깨끗히 다려진 한복과 번쩍빛나게 씻은 고무신.

새로 사주신 양말.

그걸 장농에 넣어두고 설날을 기다렸다.

 

오늘은,

섣달 그믐이지.

옆집 외할머니 댁의 떡매치는 소리와

왁자지껄하게 들리는 고샅길의 웃음소리

이 날만은 모든것들이 즐겁고 좋았다.

저녁무렵이 되면,

서울에 산다는 사촌형님 몇분.

어김없이 어버지에게 문안인사 왔었고

새 양복입은 형님들의 모습이 성공한

케이스로 비쳐져 보기 좋았다.

그런 형님들이 서울에서 결코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란것을 안건 한참 후의 일이였지.

 

늘,

썰렁한 냉기가 감돌던 방안.

오늘 만은, 엉덩이가 뜨거워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단정한 옷 차림과 행주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는것으로도 즐거운 명절 기분을 느끼게

했다.

우리집의 떡은 미쳐 만들기도 전에,

할머니 댁의 떡이 한 사발과 매운 감주를 맛볼수

있었고 차레상에 올릴 생선과 과일은 광안에

가즈런히 놓여있었다.

행여라도 하나 먹었다간 불호령이난다.

-저 놈이 제삿상이 올릴 사과를 묵다니

저 못된놈...

 

어머니와 누나가 부엌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음 아버진 아랫목에서 흥얼거리셨다.

-쑤욱대~~머리...

그런 소리마져 정답게 들리던 시절이다.

 

누가 ,

모이란 애기가 없어도 외할머니 댁으로

이종사촌형제들이 모두 모인다

이모가 4명이 한 동네 사니 그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서 오그라 내 새끼들..

외할머닌 그렇게 오면 좋아했었지.

당신은,

딸만 5명을 둬서 아들들을 낳은 딸들이 대견했나

보다.

행복해 하셨다.

-과일, 곶감, 과자, 떡, 식혜...

이미 외할머니 댁에서 우린 배터지게 먹었으니

정작 우리집의 음식은 먹을 겨를이 없었다.

평소엔,

먹어보지 못하다가 너무 먹어 어떤땐 위장에 고장이

나서 설사로 곤욕을 치른적도 있었다.

 

이 사람을 만나도, 저 사람을 만나도 모두가

정답고 마음이 풍요롭던 그 시절.

-돼지 고기 두서너근과 소주 한두병정도는

늘 누군가 갖고왔던 그 후한 인심.

-하동양반과, 영래형님.

이모부들..

이미 고인이 되신지 오래다.

바로 손에 잡힐듯한 추억인데 왜 세월은 그렇게

무심하게 흘렀을까.....

그리고 변했을까......

낯익은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설날 풍경>

이젠 추억으로나 그릴뿐 이디서건 볼수없다.

그것보담도 정작 더 가슴아픈건,

설날에 가야 할 곳이 없단 애기.

마땅히 수원의 형님에게 가야 할거지만

형수란 사람의 어쩌구니 없는 처신에 발을

끊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형님이 침묵을 지킨단

것이 더 이상하다.

익히 알고 있어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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