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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타향에 온듯.....

늘 꿈속에 고향은 정겹고 정다운 곳이다.

지금의 현실의 고향이 아니라 내 놀던곳, 내가 다녔던 곳.내 꿈이 영글던 곳..

그런곳였으니 어찌 지금의 삭막해 보이는 고향 풍경을 상상하랴.....

 

-늘 고샅길에선 지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 사람들의 정다운 대화가 집안에까지 들려오곤했지.

만옥이네 집앞은 늘 어린친구들이 구슬치기며 재기차기등으로 시끌법적 했고...

검정치마 흰 저고리 입은 누이들이 줄넘기나 사방치기를 했던곳.

 

마을입구에서 집에까지 가도록 아는 얼굴하나 만나지 못하는 죽음의 고향

고즈넉히 예전모습 그대로 지만 그 낯익은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과연 어디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찾아 타향으로 아님 하늘 나라로 떠난 분들이 많다.

내가 왔단 소문엔 한 거름에 달려왔던 뒷집 <타향살이 형님>

그 형님의 18 번이 늘 타향살이라서 그렇게 누군가 별명으로 굳어졌지.

그 형님도 벌써 이 세상 떠나신지 십여년이 되어 온다.

나주 시장에 다녀오다 버스에 치여 즉사하였단 소식을 들었지.

 

-왜 고향 풍경은 정 겨운 모습이 아니고 눈 내린 벌판을

걷는듯한 황량하고 삭막한 풍경인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풍경도 없고...

-수다스런 아낙네의 수다와 까르르 웃는 그 웃음조차도 없다

그저 고요, 고요와 적막 뿐...

마치 공동 묘지에 온듯한 그런 고요만이 주위를 감싸곤 한다.

그런 모습이 슬프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하던 시조.

내가 바라보는 고향이 그런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삭막했어도 어머님이 생존시엔 그래도 옛 애기속에 그런걸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것 조차도 없다.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른  병중의 금례 이모님.

그 모습에서 어머님의 생존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뿐..

그 이모님이 결코 어머님이 될순 없다.

집에서 저수지 까지의 작은 길.

하두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서 번들거리던 그 길.

지금은 페지된 도로같아 보인다.

아무리 추워도 들에 나와 억척같이 일을 하던 득수

그 조차도 두 다리가 마비되어 전동차가 아니면 한 발자욱도

움직일수 없는 신세로 전락한지 한참 되었다.

퇴락한 창수 집.

시골에서도 광주 등지로 진출해서 가장 도시냄새가 나던 그 집.

<전방>이란 말을 자주 하길래 뭔가 했는데 알고 보니 전남방직 공장.

거기에 다녔던가 보다.

그런데도 명절엔 고향에 와서 노랠 보를땐 마치 선녀처럼 이뻐 보였던

다복이와 화춘.

별 재미도 없는 <전방>애길 전설처럼 들려주던 복이..

그런 집 조차 부러웠는데..........

이젠 그 누구도 볼수 없는 그 퇴락한 집.

시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던 창수.

멋있는 필체와 유려한 문체의 그의 편지.

-선이, 늘 먼 위치에서만 바라보는 너.

눈에 선하다.

문학을 좋아하고 생을 아름답게 살려던 그.

그의 예언대로 한강에 투신해 생을 마감했지.

아까운 사람.

 

다 떠났다.

태선, 진남이, 안석이, 화섭이는 자신들의 꿈을 향해 매정하게 고향을 버리고

어딘가로 떠났지.

그리고 차디찬 땅속에 말없이 눠 있는 정오

성호,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너른 저수지.

그 저수지를 지긋히 바라보는 위치에 그는 편히 묻어있다.

그런 편함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모든게 <무 > 뿐인걸...

 

나이가 들면서 예전의 노래가 그립고 옛 고향이 그립고....

옛 친구가 그리운 건데...

왜, 나의 머리엔 그리운 것들이 그렇게도 다들 떠나갔는가?

기약없는 곳으로 만날수조차 없는 곳으로...........

허전함을 달래려 오늘도 누군가와 술 한잔해야 하나 보다.

허전한 나를 최면걸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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