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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한 우물이나 팠더라면....

설날을 앞두고 <연호>형님께 갔었다.

이건 몇십년간 이어온 나만의 행사(?)인지도 모른다..

-뭐 그렇게 잊지 않고 오세요 괜히 미안하게...

늘 형수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반가운 표정을 읽을수 있다

하긴 친 동생도 형님을 잊고 지낸지 몇 십년

-세상에 어떻게 삼촌(연호 형님의 동생)이란 사람이 조카에게 돈을 빌려간뒤론

그렇게 소식을 끊고 지낸다요?

참 우린 인덕이 없나 봐요

삼촌이 우릴 그렇게 골탕 먹일 줄이야...

-수소문 해보지 그러세요?

-하면 뭐해요, 아직도 기반 잡지 못하여 나타나지 않은거죠

차라리 그게 외려 더 편해요

와서 도와 달란 것 보담은.....

 

나 보담 한 10 년을 먼저 공직에 출발한 형님.

그리고 그 당시로선 최고학부를 나와 중앙부처에 근무하셨고

요직도 두루섭렵해서 그대로만 근무하셨다면 무난히 정년을 맞으셨을거고

노후도 안정된 수입으로 편히 사실텐데......

도중에 몇번인가 승진에서 탈락되자 180도 전환하여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sos 어린이 마을의 원장으로 전격 발탁하신거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거긴 일종의 봉사활동인데도 그걸 택하셨다

물론,

그곳에서 끝까지 채웠다면 어떤 노후대책을 세워줬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이번엔 지자체 바람에 구의원으로 출마 내리 2선하셨지만 그게 끝이었다

지역일군을 뽑는 구 의원은 성실성이나 청렴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바람에 따라 당선되는 것을 몰랐는가?

그리고 두 번의 낙선.

 

-참 형님은 너무도 귀가 얇아 탈이예요.

이번에도 얼마나 말렸는데도 고집을 부리더니 빚만 지고 어떻게 할지

그저 망막합니다

형수의 한탄.

한번 정치의 맛을 보면 절대로 포기할수 없단 말이 맞는건가..

2 번의 당선으로 지역의 선량으로 존경을 받다가 그걸 못하니 잊지 못하고

지난번 출마해서 고배를 마셨었다.

25개 지자체장들이 100% 한 나라당에서 당선된 마당에 <민주당> 깃발로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었던가..

그때 말리고 싶었지만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입장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지는 게임을 알면서 뛰는 형님이 안타까웠었지...

 

<연호>형님은,

요령이나 술수란 거리가 먼 그야말로 너무도 순수하고 너무도 청렴한 분

헌데 정치판에선 그게 어디 통하던가?

자리에 앉았다하면 돈에 연루되어 옥살이하는 사람들

그 유명한 ㅁ 의원도 지금 감옥신세하고 있지 않는가?

권력의 무상을 세삼 느낄거야...

 

-중앙 부처의  막강한 실무자.

-11 평 시민아파트 지만 당신의 이름으로 된 번듯한 집.

-그 분야에선 성실성으로 알아주던 사람.

그런 성품이라면 차라리 한 우물을 파셨으면 더 나았을걸....

현실이 너무도 초라하다.

어제의 화려함이 무슨 소용이란 말안가?

그리고 그 명예란 것도 현제의 위치에서 얼마나 보탬이 되는 것인가?

 

-이거 27 평형 팔면 1 억 8 천정도 가나봐요

글쎄 이걸 팔제요 그리고 빚을 정리하제요

-빚은 얼만데요?

-삼촌이 빌려간 400 과 이번에 빚진거 하면 아마도 3-4 천??

-그래서 팔면?

-팔고서 작은 빌라를 살 생각이죠 뭐..'생각하면 정말 미치겠어요

어쩜 그리도 고집이 센지??

-그래도 속은 썩히지 않잖아요?

-남이 보면 그렇지요,허지만 난 혼자만 썩어요...

 

연금도 없고 수입한푼없고 겨우 장가가지 않은 셋째가 생활비를 주나보다

전 재산 1 억 8 천을 팔아치우려고 하신다니....

안타깝다.

천직인양 공직에 몸 담고 계시다가 정년을 맞았다면 적어도 아파트는 있을테고

매년 생활비는 나올거 아닌가?

그 명예가 뭔데?

그 명예를 얻기위해 뛰어든 진츩탕 같은 정치 판.

당신의 적성에 맞지도 않고 지속할수도 없는 일을...

 

처음 서울생활하려고 들렸던 연호 형님의 집.

그 아담한 아파트가 어찌나 부럽던지?

-난 언제나 이 정도의 아담한 아파트 한채 갖을수 있을까?

이렇게 부러워 했는데...................

너무도 초라하게 사시는 모습이 안되어 보인다.

여유만 있다면 좀 도와 주고도 싶지만 그럴 형편도 못되고...

-자주 놀러 오세요

배웅하는 형수님의 힘없는 말 소리가 너무 안되어 보인다.

-그래, 그래..

특별한 재주가 없는한 한 우물을 팠어야 했어,

당신이 무슨 정치를 한다고 그 복마전같은 정치판에 뛰어든담..

그 허무하고 무상한 권력이 뭔데......

돌아서는 발거름이 왠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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