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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산 유화

-산에는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청아한 목소리의  음율로 읊으시던 허 정균 선생님의 <산유화 >

중학교때의  국어 선생님였다.

왜 하필이면 허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리운 걸까?

내 곁을 스쳐간 그 많은 스승들 중에....

 

허 선생님은,

늘 그랬었다.

평범한 문장도 감정을 섞어가면서 듣는 우리들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하셨다.

<창랑정기>도 그랬었고, <마지막 수업>도 그랬었다.

늘 그 음성속엔 아련한 그리움과 애수가 깃들어 있었던거 같다.

 

가끔은,

그 음성과 감성이 너무좋아, 힐끗 곁 눈질해 보곤했지.

너무도 진지하고, 책에 푹빠져 읽으시곤했다.

하얀  침이 입가에 고인것도 모르시고 열정을 쏟으셨던

허 정균 선생님.

마치,

성경이라도 읽은 것 처럼 진지했고,

우리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허 선생님은,

천성적으로 감성이 풍부하신 국어선생님였다.

그 낭랑하고 청아한 목 소리..

 

그 분의 영향였을까?

책 읽기를 좋아한 것도....

그리고 혼자서 시를 낭독하는 것도....

가끔은,

국어책을 펼치곤 선생님처럼 음율을 섞어 시를 낭독하곤 했지.

 

기차 소리가 긴 여운을 그으며 달렸던 철길옆의 학교

거길 떠나 서울로 왔지만 늘 그리움으로 남았었고,

떠난후론 뵙지 못했지만 세월은 흘러도 그 목소린

여전히 귓가에 맴 돈다.

그립다.

그 모든 것들이...

이런 그리움이 자꾸 든건 나이들어 감일거야..

가을 탓 만은 아닐텐데도.......

 

바쁘게 배회했다.

나의 보금자릴 얻기위해서...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내가 부르다가 죽을 이름이여...

혼자서 읊어본다.

마음은 소년기의 그 날로 돌아가서.....

 

지금도,

먼 전라도 어느 하늘아래 머물고 계시겠지.

지금쯤은 그 선생님도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 하고 계실까?

내가 그 시절을 그리움에 젖어있듯이 당신도 지나간 날들이

그리워 흑백앨범을 뒤적이며 회상하실지도 모를거야..

 

<산 유화 >소월 지음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밤색  재건복 차림의 선생님 모습.

한손엔 책을 들고 한손은 뒷짐을 지고서

오고 가면서 읊으시던 당신의 시운.

그 목소리, 너무도 그립다.

그 시절이 그리운건,

다시는 오지 못하는 탓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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