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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뉘때 처럼 9 시 관악산 입구의 재회.
빨간 티에 까만 등산복, 베낭 그리고 챙이 긴 모자와
짙은 하늘색 선 그라스..
낯익은 모습의 그녀..
딱 5 분 늦었다.
-늦으신거 아시죠?
-아다 마다...
허나 이건 기본이지...
-늘 저렇다니까...
늘 먼저 기다려 주는 것이 기분 좋다.
기다림의 순간은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날 생각을 했을거니까..
아마도 이기심이겠지.
이미 등산로의 그 많은 벚꽃은 거의졌고 남은 꽃잎들이 눈처럼
분분히 내려 맘을 설레게 한다.
-아,, 봄도 이렇게 서서히 가는가 보구나.
나무마다 연초록의 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여름을
향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는거 같다.
- 머 잖아 파랗게 덮겠지 ,온 숲을....
-거기도 곧 아카시아의 하얀 꽃잎이 보이겠죠?
-5 월이면....
향긋한 내음이 진동한 아카시아 나무밑을 거닐면 괜히
기분이 황홀해진거 같은 기분을 느끼곤 했다.
관악역이 바로 뻔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아람드리 아카시아가
일단의 숲을 이루고 있는곳을 우린 걷는다.
그 내음이 좋아 우린 늘 이길을 가곤 하지.
한 동안 떠나기 싫기도 했다.
-비가 좀 내렸으면 한결 숲들이 파래졌을텐데...
-오늘 비가 좀 온다고 하던데요?
-비가 좀 와야지.
너무 건조해...
저 계곡 좀 봐
물이 모두 말라버려 보기 흉하잖아...
삼막사에도 4월 초 파일을 앞두고 단장을 하고 있었다
바로 앞엔 깊은 계곡이 강처럼 길다.
이런 절경에 이런 절을 세웠던 것은 풍수지리설에 능통했을까?
대웅전의 문만 열면 저 멀리 안양의 바람이 계곡타고 여기까지 들이닥칠거 같다.
12 시가 안된 시각이지만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사람의 행렬..
-참 저 사람들은 산에 와서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려고 하나?
그 까짓 국수 맛 없어서 못 먹겠던데...
-그래도 이런데서 먹는 맛도 또 다른 별미라서....
그녀가 준비해온 김밥.
김밥이라도 손수 만들어 온걸 좋아한다,
사온것과 그 맛에서 다르다.
앞이 훤히 트인 바위위에서 식사를 했다.
오늘은 머루주까지 준비해와서 한잔씩했지.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나오면 밥맛이 좋듯..
둘이서 그 많은 김밥을 다 먹어치웠다,
그리고 커피 한잔.
살랑거리는 바위위애서 눠 있으니 뭐가 부러울까?
-주유천하했던 양녕이 이런 기분였을까?
-삼천리 강산을 방랑하던 방랑시인 김삿갓이 이랬을까?
이 순간만은 뭣도 부럽지 않았다.
등산은 딱 둘이 좋다.
더 많으면 잡음이 들리고 더디게 된다.
한참을 쉬었다가 가파른 코스를 피해 평이한 곳으로 왔다.
안양 유원지 부근이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여름이면 한결 깨끗한 모습을 볼거 같다.
사실 너무 지저분해 가고 싶은 식당조차 없었다.
< 초량 순 두부집 >
분위기 좋은 곳에서 오랫만에 막걸리 한잔했다.
생 두부에 신김치 얹어 먹으면 그 맛도 별미다.
전에,
jung과도 가끔 들렸던 그 집.
요즘 소식이 궁금한 그녀...
움막처럼 지은 작은 독채가 연인들을 배려한 탓에
우리처럼 부부아닌 연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맛 보담은 분위기 탓일거다.
그래도 안양유원지 와서 이집 두부 모르면 간첩이지..
-야,
이 봄이 우리도 모르듯 시나브로 가는거 봤지?
우리 인생도 그런거야..
제발 내속좀 썩히지 말고 편히좀 살자
얼마나 긴 시간이 있겠니?
-전적으로 동감입니다요,
그건 제가 부탁하고 싶은 말입니다.
-장난하지 말고..
-진실이옵니다 ㅎㅎㅎ..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봤을때 그녀도 나도
얼굴이 벌겋게 변한건 햇살아래서 비로소 알수 있었다.
막걸리도 취하나 보다
발거름이 휘청거린다.
딱 2 사발 마셨을 뿐인데...
그래도 기분만은 짱이었다.
이 봄이 가기전에 어딘가로 헤매고 싶은 날이었다.
봄 바람인지도 모르지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