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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그 곳에 가면.....

5시에,
관악산가잔 어제의 약속.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기하고 있는 그녀.

텅 빈 주차장에 몇 사람만의 웅성거림이 들릴 뿐..
희끄무레한 안개가 자욱한 연기처럼 덮혀있다.
따끈한 커피 한잔 마셨다.
헤이줄렛 커피 향이 감미롭게 목을 적신다.

-여기서 조용히 있다 갔으면 좋겠어요..
그냥 이대로....
-여기까지 와서??
왜 그래,군말말고 가자...
여기까지 와서 산에 가고 싶지 않다니...
오늘 따라 산에 가고 싶지 않은가 보다.
안개때문일까?

등산로따라 산으로 들어갈수록....
칙칙한 안개는 시야를 가린다.
등산로란 것은 그저 평시에 갔었던 기억 뿐..
길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따라 누구하나 후렛쉬 켜고 오른 사람도 없이
괴기할 정도의 고요가 왠지 싫었다.
-그만 내려갈까요?
너무도 무서워...
너무 어두워서,도저히 갈수 없어요.
-엄살은....
내 손잡고 천천히 올라가자구..
여기까지 와서 그냥 하산한단게 너무 억울하잖아?
-보여야죠..
넘어질거 같애..
이럴줄 알았음 후레쉬 갖고 올걸...

왼편 계곡쪽으로 희미한 불빛 하나.
누구일까?
그 계곡에서 뭣을 하길래 희미한 불빛이 있을까?
작은 촛불인거 같다.
누군가 촛불켜고 불공을 드린걸까..
거긴,
예전에 부부 간첩이 은거하고 있다가 체포된 지점이라
더욱 긴장된 곳.

-우리 여기서 돌아가요,너무 무서워...
-ㅋㅋㅋ...
어디서 머리풀고 입에 피를 흘리는 여인이 나타날가봐??
소복입은 여인의 소름끼치는 모습?
히히히...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나면...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겁이 많아?
내가 있잖아...
-그런 소리 말아요,괜히 무서워요.
내 손을 꼭 잡은 그녀의 손은 땀으로 번질거렸다.
무서워 긴장하고 있단 애기다.

무섭단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닐까?
상상으로 자신이 만든 무섬증.
그 상상이 날개를 달고 더 큰 무섬으로 다가온걸거다.
혼자라면 오를 자신이 없을거 같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그녀가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거란 것은 너무도 명확관화한 사실.
허지만 든든한 의지가 됨은 왜 일까?
그건 내 마음이 그녀로 인해 든든한 믿음이고 의지란 애기.

자꾸 하산하잔 그녀의 채근을 달래며 천천히 올랐다.
순전히 감으로...
계곡은 칠흑같은 암흑으로 한 밤중처럼 어둡기만 하다.
희끄무레한 안개가 덮고 있어 더욱 그런가 보다.
6시가 한참 지난 시간였지만, 한 밤중처럼 어둡기만하다.
숨을 죽이고 손에 손을 잡고 천천히 오르는 우리들..
두 사람의 따스한 체온이 유일한 믿음이고 의지다.
장승처럼 서 있는 나무들 마져 무섭게 보인건 왜 일까.

한참 오르다가 잠시 바위위에 쉬기로 했다.
막 배낭을 놓고 쉬려는 맞은편 바위아래의 희미한 불빛.
희미한 한줄기의 작은 빛였다.
-왠 불빛일까?
조심조심 다가서서 바라보니,
한 여인이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고 있었다.
이 밤중에 아무도 없는 그런 야심한 첩첩 산중에서..
무섭지도 않은걸까.
우린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갑자기 무섬증이 든다.
귀신같았다. 산에서 여자를 보다니....
그렇잖아도 마음이 쿵쿵 뛰는 판에 그런 모습이라니..!!!

어떤 소원을 빌길래 이런 야밤에 촛불켜고 저럴까?
어떤 사연이길래....
여자의 몸으로 무섭지도 않았을까?
아마도 밤을 샌거 같다.
아닐지도 몰라.
신들린 여잔지도 모르지....
신들린 여자들은, 밤중에도 귀신과 대화한다지....
혼비백산하여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면서 멀리까지 왔다.
나 보담은,
그녀가 더 소스라치게 놀란 모양이다.
여자가 심장이 더 약한가.....
그녀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휴~~~!!!
이젠 살았다.
난, 그 여자가 쫒아 올가봐.얼마나 가슴이 뛰었다구요?
-오라면 오라지.
내가 함께 산행하자고 하면 되잖아.
사람은 무섭지 않은거야..
귀신이 무섭지.
-그게 귀신인지도 모르죠..후후...

아래 계곡과 국기봉이 훤히 보이는 넉넉한 바위위에서
좀 쉬었다.
이제야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밝아지는거 같았다.
벌써 8 시경...
숨을 돌리고 다시 과일과 차 한잔했다.
바람도 없고, 싱그런 공기가 페를 상쾌하게 씻겨 주는거
같이 너무도 좋다.
잎들이 진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오는 봄에 왕성한 잎을 피우기 위해 겨울을 견디고
있으리라.
두 사람의 입에서 하얀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날아갈듯 상쾌한 기분..
-이거봐,
이렇게 기분 좋은 등산을 도중에 하산하자구?
갔음 얼마나 후회했을가....
-너무 무서워서 혼났어요.
누가 꼭 나타날거 같아서...

안개가 걷히고 땅이 촉촉히 적셔 비가 내린거 같다.
계곡엔 눈이 희끗희끗 쌓여 있는게 여긴 눈이 내린건가?
변화무쌍한 겨울 산.
그 기후란 것은 누구도 예측을 못해 늘 베낭엔 옷을
몇벌은 갖고 가야 하는거다.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까...

주차장으로 돌아온 우리들.
잠시 차 안에서 오늘 등산에 대한 애길했다.
-오늘 등산은 참으로 잊혀지지 않을거 같애요.
너무도 무서웠거든요..
오늘처럼 밤중에 산에 가본것도 첨인거 같고요..
-어쩜 인생자체가 추억 만들기 인줄도 몰라..
우린 오늘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잖아.
잊혀지지 않은 영원한 추억.
그지...??
-그래도 좋았어요.
둘이란게.....
피곤하고, 약간은 졸립고 했지만 참 오랫만의 산행이었다.
그녀 말대로 하산하고 말았으면 얼마나 애석했을까....
이 좋은 기분은 어떻게 느끼고...
두 사람만이 만끽하는 이런 산행.
너무 즐거웠고 오랜만에 찾은 관악산.
늘 신선함으로 맞는 변함없는 산이 있어 ,
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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