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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작은 연가(戀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 박 정만 >>


오늘 우리의 삶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역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 간다.시인 박정만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시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사람. 시인 아니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사람.박정만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이상한 방식으로 한 평범한 사람을 시대와 관계를 맺게 한다.
1981년 국풍행사가 요란하던 5월 어느 날, 그는 일명 '빙고호텔'로 불리던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끌려간다.
그리고 7년 후, 43살의 젊은 나이에 시인 박정만은 세상을 떠난다.


박정만은 1981년 5월 이른바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돼 가혹한 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한 시인이다. 그는 시인 김소월의 계보를 이어 한국서정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순수한 시세계를 노래했던 인물이다. 그는 개성있는 시를 통해 민중의 한과 슬픔을 남도의 유장한 가락으로 담아낸 천부적인 서정시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는 자유를 갈망하던 서정시인마저 죽음으로 몰아갔던 시대였다.


고문으로 인한 고통을 겪은 후 그는 알콜중독으로 망신창이가 된다. 그러나 죽음을 맞기 1년 전 단 20여일 동안 무려 300여편의 시를 쏟아내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인다. 이때 그는 기존의 허무주의를 넘어 현실비판과 참여의 의지를 거침없는 시어로 보여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의 생명이 마지막으로 용솟음치는 절명의 순간에 접신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러 그 일을 치러냈다. 그러나 그는 그 순간 이미 전설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올림픽 폐막식날인 88년 10월 2일, 그는 자신의 봉천동 셋집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 퍼 온글 >>

* p.s..
어떤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신군부 세력.
막강한 군부의 힘의 뒷 받침으로 권자에오른 전통.

어떤 모난 짓거리도 보지 못한 그들이....
한 수산의 < 욕망의 거리 >의 내용에 대한 것이 눈에 곱게
보일리 만무했다.
군인의 입장에서 보면(그 당시의 시선으로 보면...) 마땅찮는
내용이 눈에 띈다.

가장 감수성있는 필체로 베스트 셀러 작가인 한 수산.
그를 그만둘리 없었지.

-네가 최근에 만난 문인은 누구냐??
-네,
시인 박정만을 만났어요.
책 출판관계로....

서정시인으로, 시 밖에 모른 시인 박 정만.
그에겐 민주화 운동이나,시대에 대한 저항이란 어쩜 사치
같은것이었는지 모른 그런 순수한 시인였다.

-단군이래 5000 년만에 보는 미소..운운하면서 신군부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했던 당시의 위대한 시인(?)과는 거리
가 먼 박 정만.
그는,
시대에 타협할줄도 모른,고지식한 시인.
평범한 시인였다.
시가 아니면 어떤 것도 할수 없는.....

단 3 일의 고문.
그건 그의 자존심과 인간성을 말살하는 폭거였다.

한 수산과는 가까운 사이도, 어떤 음모를 꾸민사이도 아닌
단지 며칠전에 만났다는 죄로 그는 거대한 폭력앞에 나 뒹구
라진 자신.
엄청난 정신적인 공황을 느꼈나 보다.
김 남주가 그랬듯....

그 후유증으로 그는 삶에 대한 회의와 나락으로 떨어진
참담한 자아를 발견하곤 알콜로 세월을 떠돌다가......
그의 시가 죽음을 노래했듯....
쓸쓸히 떠난다.
88 올림픽의 성대한 페막식의 팡파르가 울려퍼지는 그때.
그렇게 위대한 시인은 무지막지한 군화발로 해서 희생된
케이스다.
군부의 눈에 가시같은 소설가를 만났다는 그 죄목으로...
그 시대의 희생물로 사라진 안타까운 죽음이다.
불쌍한 시인 박 정만, 그의 시가 오늘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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