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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보랏빛 추억


  

사춘기 시절의 겨울 방학은,
우린 늘 한 동네애들과 모여 놀았다.
긴 겨울 밤이 길게 느껴지지 못하도록.....
내 또래가 유난히 많았던 동네.
왜 그렇게 많았을까??

또래라고 해도,
아무나 논게 아니라, 맘에 맞는 친구들과 놀았으니....
차별대우였나 보다.

나주읍내 학교까지 다녔던 또래들.
진이와 석이 그리고 내가 고작였고..
대 부분은 학교가 뭔가, 농삿일에 여념이 없었지.
여자들은,
학교엘 보내면 큰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초등학교만 나오고 가사를 돕게 한게 그 시절의
모든 가정의 공통된 모습.
하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이라서...
학교다닌단 것이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향이만, 기차타고 송정리로 다녔다.
반 곱슬머릴 양갈래로 따고 다녔던 향인 내 가슴을
보라빛으로 물들게 하기에 충분했지.
막연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의 감정.

가난했던 우리집,
그리고, 젤로 잘 살았던 향이...
비교가 안되었다.
허지만, 한 동네서 쭉 살았던 어머니..
그 집안 내력을 아는지라, 조금은 업신여긴듯 했다.
미천한 가정였지만, 어찌해서 돈을 벌고 부자로 산단
것...
양반이란 자부심으로 사셨던 당신은....
그런 향이의 집을 결코 부러워 하질 않았다.
-츳~~
자기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잘 살았는데......
하시던 어머니...
무식한 향이 아버지 보담은,
아는게 많고 점잖은 아버지가 , 자부심이 들었던가보다.

그래도, 말쑥한 교복을 입고서 통학하던 향이가 부럽고
예뻐보였다.
그녀 앞에는, 탄탄대로 뿐일거란 생각였으니.......

향일,
바로 옆에 살면서도 만나면 고개만 끄덕일뿐....
무심한척 지나칠 뿐 다정히 대하질 못했다.
보수적인 동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아는 척만 했을 뿐였지만, 가슴에 피어오르는 연정은
어쩔수 없었다.
나 혼자만 그랬는지 모르지만....

긴 겨울 방학중엔, 우린 우리만의 모임.
그 모임이란게 모여서 노래 부르고 대화하는 것 뿐....
헌데도 왜 그렇게 신나게 놀았을까?

우리만의 해방구..
거긴 우리만의 진정한 해방구였지....
어떤 눈치나, 어떤 간섭도 없는 6 명만의 성역(?)
가장 이해심이 많은 복이의 집에서 놀았다.
노래 부르고, 깔깔거리고,소란스럽게 놀아도
지긋히 바람봄서 미소만 띄었던 그 집 사람들.
우리들만의 세계를 이해하고 소중한 추억을 심어주려
그랬을까?

여자셋, 남자셋.....
마치 커플 처럼 그렇게 말은 않해도 우린 연인으로 생각을
한것일까?
석과 숙,
진과 복,
나와 향.

우연히 그렇게 나름대로 커플처럼 맺고 놀았지.
한동네 산단 것 뿐..
어떤 그런 커풀로 맺어야 할 이유도 없는데....
그리고, 그 커플에 대하여 어떤 불만도 없이 잘 놀았다.
곁눈질을 한 친구가 있었던가??

진과 석은,
틈틈히 연서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도
했단 소식을 나중에 들었지만.......
숙맥였던 나..
그렇게 어울려 논 사실 밖에는 어떤 구애도 어떤 연서를
준적이 없었다.
한 동네 애들과 사랑 운운한단 것이 가소롭다 생각한건가?
상상을 하지 못했지.
순수했던거 같다.
결코 향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질 않았는데 누구 처럼 그런
연애편지 한장 줘 보질 못했다.
자존심 상한단 것이었나 보다.
아버지로 부터 몰려받은 그런 자존심이 내면에 박혀 있었던가
보다...

그 몇해 뿐...
모두들 우리보담 먼저들 시집을 갔지.

사춘기 시절의 한때....
내 가슴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던 향이.
그녀의 남편은 몇년전에, 별세했다.
남의 돈으로 거창한 슈퍼를 인수하고 잘나가더니
빚 독촉에 스트레스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하얀 소복 입고 화장기 없이 맞던 향이.
처연한 아름다움이 베어 있었다.
허전한 아픔이 왜 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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