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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후에 민감하다.
감성적으로 되기도 하고, 처연해 지기도 하고....
하루내 비가 내린 탓이었을가?
-퇴근길에 집에 오세요.
-왜?
-저녁 해 놓을께요.
-겁도 없이 어떻게 그런 애기를 할수 있어?
나 비가 와서 쉬고 싶어 그냥 갈께...
-상가에서 밤을 샌다네요.
잠간 식사만 하고 가요.
-나, 기분도 그렇고 집에 가고 싶은데......
어제와 오늘 구운 시디도 테스트 해 보고 싶고..
편안한 아랫목에서 배 깔고 눠 있는게 더 좋은데.........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잠간 들렸다.
-은은한 향이 스며드는 거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액자의 그림들.
귀에 익은 팝송..
대형 티비와 번쩍이는 오디오.
아늑하게 느껴지는 커텐 색상 등등.
조화롭게 배치를 잘 했단 생각을 해 본다.
매사를 잘 하는 그녀가 살림도 잘 하고 있다.
입주하기 얼마전에 잠간 들렸었지.
단정하게 앞치마 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
그리고 정갈하게 만든 저녁상.
둘이서 마주 보고 웃었다.
어느 중년의 부부가 여행와서 식사하는 거 같다.
행복한 부부 처럼...
몇가지 되지는 않는 반찬이지만,
정성이 베인탓으로, 맛은 있었다.
그녀가 나를 부른 이유는,
이런 저녁 식사 보담은
< 만남 >에 보다 깊은 의미를 둔거 같다.
헌데,
마음은 왜 이렇게 편치 않을까?
와서는 안되는 금단의 구역에 온 탓인가.
- 너 모르니?
내가 지금 마음이 결코 평온치 않다는거...
여긴 내 자리가 아니거든...
- 알아요.
귀가길에 잠간 식사하고 가라고 하는데 무슨 이유가
그리도 많아요.
함께 있고픈 사람과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보내고 싶은
그런 내 심정은 한번 정도 헤아려 보지 않나요?
- 세삼스럽게 그런 소린...??
어떤 이유를 댄다 해도 밤에 여자혼자 있는 곳에 방문했다고
하는 것은 의혹을 받아도 할수 없다.
이건,
감정에 빠져 할짓이 아냐.
우정이라고 항변해도 누가 진실로 봐 줄것인가?
자꾸 더 있다가 가라고 하는 그녀의 청(?)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좌불안석인 그런 자리에 더 머문단 것이 도리가 아닐거 같다.
점점 감정의 늪으로 빠져들다 보면 헤어날줄 모를 상황으로
빠져들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성간의 애매모호한 선을 고수한단 것이 쉬운일인가?
우정보담은,
애정으로 자꾸 변질되어 가는 것은 여자가 더 무섭다.
남자 보담도 감정에 깊이 몰입하고,콘트롤이 더 어려운 것도
여자가 아닐까?
늘 정도를 지키지 못하는 처신으로 닥치는 그 결과...
두 사람이 책임져야 하지만,
그녀 보담은 더 세상을 산 내가 더 비난을 받을거다.
매정하지만,
그런 감정에 몰입하는 그녀를 냉정한 이성으로 이끄는 건
내 몫이다.
지금의 순간은 서운할지 몰라도 .........
서운해 하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는 내 마음도
편치 만은 않다.
이런 심정 그녀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