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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조카들


  
다른때면 설날에 수원 형님댁에 갔어야 했다.
왠지 오늘은,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심란한 심정이라
갈까, 말까...
망설이는중에 걸려온 전화...


- 큰 아버지 저 주현인데요, 저 오늘 들릴께요.
- 그래 오랜만이야..
금방 올려고?
- 조금 있다가요..


오후 2시경
주현이와 세화가 왔다.
동생이 죽은 뒤에 주현인 가끔 왔고, 전화도 했지만
세화는 처음이다.
그러니까, 12 년 만인가 보다.


큰 눈동자에 큰 키..
어쩜 눈이 큰게 아빠를 쏙 빼다 박았을까?
하관이 좀 뾰족한 것도 영락없이 아빠를 닮았다.


동생을 장사 지내자 마자 종적을 감추었던 제수..
그럴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동생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에
대한 질책이 두려웠던건 아닐가...
그리고, 동생이 죽은 날에 수원 형수와 자기 친정 엄마와의
심한 말 다툼등등...
그런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동생이 죽고 첫 제사를 지냈던 날에 그 썰렁한 분위기..
별다른 말도 없었지만,
왠지 날 피하던 제수..
그리고 그 후에 일체의 연락 두절..
성산동 아파트를 팔아 버리고 종적을 감춰 버린 소행..
더욱 중오심만 들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간혹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 안부 전화만 왔을 뿐.....


자기 아버지 이장 하는 날도 알고 있었지만 참석 하지 않았던
그런 비정한 아들을 만든 제수의 행동거지..
어찌 좋은 감정으로 받아 들이겠는가?


제수와는 아직도 그런 미운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허지만,
내 핏줄이고, 동생이 뿌린 자식들.
그들까지도 미워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어딘가 닮았고, 그 핏줄 어딘가에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을걸...


그렇게 수년간을 연락도 않고 살더니 2 년전인가?
불쑥 주현일 덜렁 보냈었다.
주현이가 요청을 했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그리고 나서 알게된 소식..
성산동 집을 팔아 학교 근처에 산단 것과 그럭 저럭 살고 있단
것들...


아빠의 친척들과 발을 끊고 산단 것이 얼마나 애들에겐
뼈저린 아픔일까?
그런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종적을 감추고 살고 있었던가?
아빠를 빨리 잃은 아픔도 큰데...
그게 무슨 죄가 된다고 애들 마져 그렇게 숨겨 두고 살아 간단
말인지.....


이젠,
증오를 접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그런 제수..
다 지나간 옛일 들...


-너 아빠 얼굴이 그려지니?
-아니요.
-그럼 사진 속의 상상으로만 아빨 보고 있구나.
어때 큰 아버지 보니 아빠와 닮은거 같애?
-글쎄요..
힘없이 말하는 세화의 눈 언저리가 붉어 진다.
괜한 질문을 한거 같다.
한참이나 예민한 세화에게는 이런 평범한 것들도 아픔이고
슬픔인데....


4 살때 아빨 여위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도 접고 살았을 세화..
동생이 살아 있었음 얼마나 귀여워 했을까..
저렇게 귀엽고 예쁜 딸을....


- 세화야.
인제 큰 아빠에게 자주 전화도 하고 자주 놀러와라.
큰 아빠가 더 잘 해 줄께..
- 네, 그럴께요.
저녁밥을 먹고 돌아가는 남매의 두 그림자가 왠지 쓸쓸해 보인건
내가 더 쓸쓸한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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