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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7 일째

산 행

 

* 나 태 주 *

 

 

마음을 비우고 몸을 비우고
당신을 찾아가는 날에 관음보살님,
석련을 꺾어 드신 손이 이쁘고
벗은 발이 이쁘고 이뻐서
혼자만 슬프신 관음보살님,

 

 



당신은 벌써 비자나무 숲길에
한 마리 다람쥐 되어 나를 반기고 계셨습니다.
시냇물 되어 도글도글
조약돌을 굴리고 계셨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가슴을 비우고
당신을 찾아가던 날에 관음보살님,
당신은 이미 징검다리 돌길을 건너는
갈래머리 산처녀, 산처녀 되어
나의 앞길을 먼저 가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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