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내 유년의 봄 햇살
* 김 진하 *내 유년의 봄 햇살이, 에취, 제 코를 부비고 아, 나는 누구신가 고개를 들어보는 것인데 아, 봄날이 저만치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곧이어 나는 무슨 호기심이었을까요 유년의 봄 햇살 뒤를 가만 밟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아, 근데 이 놈이 난데없이 정말이지 난데없이 아, 내가 짝사랑하고 있는 고 계집애 고 새침데기 계집애 치마를, 훌렁, 들추더니 올리더니 교무실에 손들고 있는 개구쟁이들 고 개구쟁이 녀석들을 처마 밑에서 키득거리며 놀리더니 바람의 뒤통수를, 탁, 한 대 후려치더니 도망가다가, 소나무 잎새를 흔들더니 담벼락에, 지익, 오줌을 갈기고 있는 사내 녀석들 고 사내 녀석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추를 손끝으로 툭, 툭 건들어보더니 깨어진 양호실 유리조각 위에 아슬아슬 올라서더니 아, 이 놈이 난데없이 날카롭게, 정말이지 날카롭게 제 눈 속으로, 반짝, 뛰어들어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저는 잠시 세상이 환해지더니 아, 눈 떠보니 다 늙은 개구쟁이 한 명이 흰 종이 앞에 두고 삶의 반성문을 쓰려 하는 것인데 아,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처음만 쓰면 단번에 쓰여질 것 같은 그 한 줄을 생각하다가 반성문이고 뭐고 제 유년의 햇살, 고놈을 꼼짝 못하게 흰 백지 위에 잡아두고 싶어서 '내 유년의 봄 햇살'이라고 썼던 것입니다 * 제 2회 포엠 토피아 신인상 수상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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