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5 일째
주현에게...
6월..너에겐 악몽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나도 그렇고.....아니 멀쩡한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시는 할머니의 까맣게 탄 가슴을 넌 알기나 할가?1991 년 6월 26 일 저녁였지..아마도 8 시경은 되었을거야...오랫동안이나 자식의 쾌유를 빌면서 병실을 떠나지 않았던 할머니...당신의 아들이 깨어나 툭 툭 털면서 웃을것만 같았던 할머니..그런 어머님의 염원도 뒤로 하고 네 아버진 그렇게 끝내 가버리고 말았지어언 10 년...무심한 세월의 강은 그렇게 가더구나...초등학교 5학년이던 너는 이젠 어엿한 성년으로 성장하고....눈만 똥그란 세화도 중학생이 되었다지?그리고 발길을 끊고서 사는 너희들......너는 그러면 안되지.난 그래도 네가 작년 여름에왔을적에 이젠 자주 오고그럴거다 너도 삶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너의 뿌리는 엄연한 이성 김가가 아니던가?너의 엄마는 나하곤 별로 좋은사이가 아니었지...네 아빠와 결혼 당시부터 난 결혼을 반대했거든....지난 일이긴 하다만...동생을 너의 엄마같은 여자에겐 주기가 어쩐지 싫더라...참 惡緣이란 말을 해야 겠다.그래 악연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다...너의 아빠와 엄마가 결혼도 하기전엔 난 너의 돌아가신 이모와 결혼 애기가 있었다.....그 암으로 돌아가신 그 이모 말이다....일언지하에 거절했었지...그땐 나도 결혼 대상자를 신중히 고른중이었고 많은 여자와 선을 보면서조건 좋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이었으니.....그러나...너의 엄마의 집안은 내가 듣기엔 별로 내세울 것도 ....미모도 그렇고..아니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지.....상상도 하지 않은 중매였어..적어도 난 그런 집안과는 어떤 인연도 손톱만큼도 생각지 않았어.그런 집안에 중매하는 그 형수가 어쩐지 야속터라...- 세상에 날 그런 집안으로 보낼려고 그랬는가? 하는 서운함..너의 외할머니 집안은 별로여서 누가 호감을 느낄 그런 집안이 아니지엄마의 외삼촌이 권력기관의 고위직이란 것 말고는 어떤것도 내세울 것 없는 집안....그리고 홀로 살면서 딸들을 키우던 그런 과부가 바로 외할머니 였거든내가 호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그리고 그 후엔 중매란 말은 한동안 없었어...그러나 ...너의 외할머니는 미련을 버리지 않은 모양이야.....나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꿩 대신 닭이라고.....우리 집과 어떤 인연을 맺고픈 어떤 집념이 강했던가 봐...내가 완강히 반대하자 슬그머니 내 동생인 너의 아버지를 중매하여 달라고 애기 했던 거야....그 연호부인에게....나도 모르게.....내가 그 정을 알았더라면 화를 내고 말았을 것 같았거든....연호 형님의 아내인 그 아줌마를 통해서 말이다..연호 형님과 엄마의 삼촌은 한 직장에서 친한 사이라 자연히 알게 되었고 그 결혼 애기도 연호 부인을 통해서 들어온 거야.....나도 모르게 진행된 중매...너의 아빠가 한 참후에 너의 엄마를 소개 하더라...이미 둘이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던것 같았어...서대문 ㅡ노라노 다방인가?난 반대했어...그 아파트에 살면서 너의 엄마의 가정을 잘 알거든.....어느 것 하나 내 세울것 없는 비천한 가정이란 것도 ......내가 반대하자 동생은 그저 그런 무표정이더라..- 무슨 여자가 그렇게 매력이 없니?그리고 여자의 얼굴에 어떤 복이랄가....행복한 얼굴이 아니야..어딘가 어둔 표정이 예감이 안좋아......난 반대다 그리고 너의 형수도 반대한다 더라......여잔 표정이 밝아야 돼 어딘가 우수에 젖은 얼굴이야...안 그러디?그렇게 완강히 반대하고 나면 안 할줄 알았어..그리고 나서 얼마후에 아빤 결혼을 하겠다고 하더군...속았다는 느낌...어떤 술수에 빠져든 느낌이 드는 거야..그 연호부인의 어떤 계략에 순진한 동생이 빠져든것을 느꼈어...- 기어코 내가 반대하자 동생을 올가미로 엮은 거야...나에 비해서 아빤 어쩜 처녀같은 남자였지...순수성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사람이 였어...이성경험도 없고 공직에 첫 발령지인 창녕의 시골에서 있다가 서울로 온 아빠가 어디 이성을 사귈수 있는 시간도 그리고 정열도 없어...나완 성격에서 판이하거든...여자들과 쉽게 사귀고 대화하는 나와 비교해서 아빤 지독한 자존심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대화가 어려웠어....그리고 양반같은 기질이 베어있어서 이성과의 교제는 잼병이었지...아마도 엄마와 결혼할때도 童貞을 지키고 있었을 거야....그렇게 순수하고 이성 경험도 없는 그런 순해빠진 사람이었어...공부와 책과 음악만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지....초등학교 시절엔 친구의 참고서를 밤을새워 다 베낀 지독한 인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혀를 내두를 정도의 인내력 의 소유자....그래서 그렇게 육첵의 고통도 인내력으로 참았던 것은 아닌가?허탈했어....그러나 아미 결정한 아빠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지...한번 고집을 부리면 꺽일줄 모르던 그런 지독한 옹고집...서둘러 결혼하고...- 뭐 자기들은 잘 났던가 ?와 우리 딸이 이쁘지 않다고들 말들이 많아?언젠가 내가 네 외가에 잘 생긴 사람이 없다고 했더니 그 말이 너의 외할머니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야....이쁘지 않으니 이쁘지 않다고 했는데 뭐가 잘못인가?바른말을 한것인데.....?잘못된 결혼...악연이었지..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되더라....적어도 너의 아빠의 죽음의 절반은 엄마의 책임이 커..나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을 할수 있다..운명이라고?천만에 ...운명을 바꿀수도 있는데 뭘...왜 운명탓인가?너의 아빤 죽음에서 소생하여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 왔지...그때 엄마가 좀더 세심한 배려와 관리를 했더라면 아마도 죽음으로 까진 몰리지 않았을거다...그리고 김포로의 전출...승진함 그런 오지에서 근무하여야 한단 방침으로 해서다..김포 검단면 군부대안의 우체국...그땐 신촌에서 시외버스로 두시간 거리의 출근거리였지...- 김포 쪽으로 가서 전세를 살아라...하는 나의 제안..- 남의 속은 알지도 못하고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혼자서 좀 고생한것이 낫지 식구전체가 고생하란 말씀인가요?하고 대꾸 하던 너의 엄마...몸이 불편한 아빠가 적어도 그곳으로 이서 가서 일년만 잘 관리하고 엄마가 현명하게 처신했다면 그런 죽음을 당하진 않았으리라 확신이 든다그때 아빠는 몸이 말이 아니었어.....콩팟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해서 얼굴과 몸이 붓고 그런 상황인데도 엄마는 직장을 다니더라 ...그 알량한 직장을....심지어 휴직을 하고 쉬라고 해도 남의 말을 듣질 않아...하루 2 시간의 통근으로 지친몸과 영양관리의 엉망...엄마는 그때 직장이라고 다니면서 아빠의 몸 관리를 해주질 않았어..내가 알지....최선을 하지도 않은 엄마의 행위는 지금 생각해도 미뭄뿐이다...다른 여자들 같이 배려하고 최선의 방안을 찾고 그랬다면 과연 죽었을가죽음으로 까진 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가정에서의 여자의 역활은 그렇게 중요하다...어쩌면 여자의 배려로 남편이 살고 죽기도 하는 그런 지경인데도 직장은왠말이고 팽개쳐 둔것은 무슨 이유인가?- 어차피 소생이 못할거란 말에 미리 포기 한것인가?네 엄마가 내 앞에 떳떳히 나오지 못한 이유도 다 그런거야....동생에 대한 최선을 하지 않은 그런 죄....난 알거든..그리고 엄마를 난 미워했어...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맘에 들질 않았어...주현아....넌 엄마지만 난 제수지...그러나 지난 날들을 용서하기로 했어 너의 엄마의 그런 행위들....어쩌겠니?벌써 10 년을 훌쩍 뛰어넘는 지난일인데....?그리고 그 지난날을 탓한들 살아올 아빠도 아니고.....너라도 이 편지 보거든 연락해라 ..대학은 어쩼는지? 그리고 세화는 어떻게 다니는지?엄마는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 해도 넌 바로 동생의 아들이고 의성김가의 가문을 이어갈 사람이다...연락해라 .....그때 시험을 보고 나선 불통이니 궁금하지 않니?주현아...너의 엄마를 욕했다고 서운하니? 그러나 그것은 실상이야..내가 미워한들 넌 엄마일 따름인데...참 글고 이번 6 월에 할아버지 산소에 비도 세웠다...너도 아빠의 묘을 단장하고 비를 세워야 하지 않을가?웅장한 할아버지의 산소 옆에 작은 아빠의 무덤이 초라터라...그래도 일년에 몇번은 아빠 산소에 들려야 하지 않겠어?너를 얼마나 귀여워 해준 아빤데?너의 답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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