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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일째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퍼온시)
- 정 진규 -어쩌랴, 하늘 가득 머리 풀어 울고 우는 빗줄기, 뜨락에 와 가득히 당도하는 저녁나절의 저 음험한 비애의 어깨들. 오, 어쩌랴, 나 차가운 한 잔의 술로 더불어 혼자일 따름이로다. 뜨락엔 작은 나무 의자 하나, 깊이 젖고 있을 따름이로다전재산이로다.어쩌랴, 그대도 들으시는가. 귀 기울이면 내 유년의 캄캄한 늪에서 한 마리의 이무기는 살아남아 울도다. 오, 어쩌랴. 때가 아니로다, 온 국토의 벌판을 기일게 기일게 혼자서 건너가는 비에 젖은 소리의 뒷등이 보일 따름이로다.어쩌랴, 나는 없어라. 그리운 물, 설설설 끓이고 싶은 한가마솥의 뜨거운 물.우리네 아궁이에 지피어지던 어머니의 불. 그 잘 마른 삭정이들, 불의 살점들. 하나도 없이 오, 어쩌랴, 또 다시 나 차가운 한 잔의 술로 더불어 오직 혼자일 따름이로다.재산이로다, 비인 집이로다,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하늘 가득 머리 풀어 빗줄기만 울고 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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