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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언론학자 윤리강령 ( 옮긴 글 )

민주주의의 생명은 견제와 균형과 책임이다. 입법·사법·행정부는 각기 상호 견제와 균형 속에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제4부로 일컬어지는 언론은 권력을 누리기만 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관계와 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시민운동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언론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어 언론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견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언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구조적 맹점을 이용하여 국민 위에 군림하는 무책임하고 오만방자한 작태를 일삼고 있다. 국민은 현명하나 그들의 눈과 귀는, 자신들의 죄악과 과오를 은폐하는 언론에 장악돼 있어 언론에 대한 정당한 응징을 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그러한 비극적 상황에서 언론학자들은 언론에 대한 유일한 견제 세력으로 기능해야 할 것이나 그들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족벌언론과 유착하여 족벌언론을 옹호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따른 족벌언론 옹호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해상충'을 범하지 않는 최소한의 윤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토대로 하는 `언론학자 윤리강령'의 제정을 제안한다. 첫째, 언론학자는 그들의 감시 대상인 언론사로부터의 연구 프로젝트 수주는 하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연구 프로젝트 수주를 하였다면, 언론을 옹호하는 언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언론학자는 그들의 감시 대상인 언론사가 세운 문화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연구비를 받았다면, 언론을 옹호하는 언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언론학자는 소속 대학의 홍보를 위한 보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홍보는 정당하고 소중한 기능임에 틀림없으나 언론 감시 기능을 갖고 있는 언론학자에겐 `정체성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바, 대학 당국도 언론학자에게 홍보 관련 보직을 강권해선 안 될 것이다. 넷째, 언론학자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발언과 어긋나지 않는 발언을 할 수 있게끔 늘 기억력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언론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언론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던 언론학자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신문의 발행부수만이 정의의 표상이라도 되는 양 족벌언론을 옹호하는 변신을 해선 안 된다. 다섯째,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언론학자들은 미국적 잣대를 무조건 국내 언론에 적용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대학원생 및 학부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이 `미국식'으로 해 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미국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언론학자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언론사에 로비를 해선 안 된다. 지극한 `제자 사랑'으로 미덕인 양 칭송되고 있는 그런 로비 관행이 일부 언론학자들의 수구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필기 시험에서 모집 정원의 3배수 이상을 뽑는 기존의 관행을 바꿔 시험 성적에 의해서만 뽑아야 하며 기사나 칼럼으로만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시늉을 내지 말고 신입사원 채용시 이른바 `비명문대 할당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언론학자는 언론의 모든 죄악과 과오에 대해 윤리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한국의 언론학자들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빠져 있다. 그들은 언론운동단체들이 언론개혁을 외치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시큰둥해 하고 있으며 심지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마저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언론학인가? 언론학은 언론권력의 시녀인가? 한국 대학의 `성장 산업'으로 무한 질주를 해온 언론학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요구된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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